CIA요원이 왜 거기에… 포로폭동 배후 논란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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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對)테러 전쟁 개전 이후 최대의 비극으로 꼽히는 마자르 이 샤리프의 '칼라 이 장히' 포로수용소 폭동사건의 배경과 진압과정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폭동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한 명이 숨진 사실을 미 정부가 28일 공식확인함에 따라 미국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발생한 폭동은 북부동맹과 미국.영국군의 합동작전으로 사흘 만인 27일 완전진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6백명으로 추산되는 포로들이 대부분 몰살당하다시피 했다. 미군이 항공기를 동원, 무차별 폭격을 퍼부은 결과다.

이 때문에 미국의 진압작전은 적정수준을 넘어선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이 폭동 발생 첫날부터 제기됐다. 나아가 미국이 아랍계 탈레반 자원병들을 제거하기 위해 폭동사태를 활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랍인.파키스탄인.체첸인 등 과격파가 대부분인 포로들이 국제법 절차에 따라 석방될 경우 또 다시 해외에서 반미 테러활동에 가담할 것이라고 우려한 미국이 폭동사태를 계기로 아예 화근을 없애버리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지에서 CIA 요원이 활동 중이었고▶탈레반 군이 로켓포 등의 무기를 수용소 내에 숨겨둘 정도로 감시가 소흘했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미국이 의도적으로 폭동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권 감시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27일 폭동 사건에 대한 긴급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앰네스티는 "긴급조사를 통해 포로수용 및 처리상의 허점, 폭동 진압을 위한 북부동맹.미군.영국군의 개별적인 대응조치 참여 상황 등을 포함한 사건 유발 요인을 밝혀내야 한다"며 "이와 비슷한 무질서 상태와 인명손실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북부동맹 당국은 사건 현장을 28일 해외 언론에 공개했다. 외신들은 "건물과 담장이 폭격으로 파괴된 수용소 여기저기에 탈레반 포로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널브러져 있다"고 보도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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