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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투 셰프-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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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정리=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글로벌 한식팀 │ 이상훈(르네상스서울호텔) 셰프
혀끝만 즐거우면 되나요, 온몸으로 느끼는 두부·도토리묵


음식이 완성되기까지 손길이 많이 가고 조리법도 어려운 한식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결론은 한식이 세 치 혀가 아니라 몸을 만족시키는 요리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음식은 밥이 아니라 보약이다. 한식은 입에 넣었을 때 혀끝을 자극하는 화려한 맛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음식이 아니다. 좋은 약처럼 오래 씹어 맛을 음미하고 소화가 돼 내 몸과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한식은 예부터 주재료와 부재료 하나하나 선택할 때도 늘 먹는 사람의 건강과 궁합을 고려해 왔기 때문이다. 한식이 알려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조금씩 세계인이 한식의 장점에 끌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소박하지만 몸을 먼저 생각하는 한식의 전통 조리 방법에 기본을 두면서 외국인 또한 좋아할 수 있는 식재료의 조합을 찾아봤다.

두부는 전통적인 건강식이다. 콩이라 소화가 잘되고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다. 도토리는 몸의 독소를 빼낸다. 말린 도토리묵은 씹는 질감이 독특해 먹는 맛도 있다.

두부선

1 두부를 면보에 싸 무거운 것으로 눌러 물기를 제거한 뒤 칼을 눕혀 으깬다. 2 닭고기를 곱게 다지고 건표고를 채 썰어 넣은 뒤 양념장(다진 파, 다진 마늘, 소금, 설탕, 생강즙, 참기름, 깨소금, 후추)을 넣고 버무린다. 3 젖은 면보에 두부를 싸 모양을 잡고 석이버섯과 황·백지단을 곱게 채 썰어 얹고 잣을 반 갈라 뿌린다. 4 ③을 면보로 싸 찜통에 10분 정도 찐 뒤 식히고 겨자초장(갠 겨자, 설탕, 식초, 간장, 소금)을 곁들인다.

말린 도토리묵 볶음

1 말린 도토리묵을 물에 불린 뒤 끓는 물에 삶아 부드러워지면 건진다. 2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도토리묵을 넣어 볶다가 간장·조청을 넣는다. 3 풋고추를 넣고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볶은 뒤 통깨를 뿌린다.

더덕 달래 초무침

1 더덕은 채 썰고 달래를 적당히 자른다. 2 소스(올리고당·참기름·설탕·식초·양조간장)를 넣고 버무린다.



글로벌 한식팀 │ 남정석(임피리얼팰리스호텔) 셰프
게살 단호박·참깨 해초알밥·가지 불고기롤 … 작은 조각에 다양한 맛


요즘 전 세계적으로 거나하게 담은 일품요리보다 미니멀한 게 대세다. 웰빙 바람을 타고 적게 먹는 것도 트렌드가 됐다. ‘핑거 푸드(finger food)’도 그 바람을 타고 전 세계에서 순항 중이다. 핑거 푸드는 원래 나이프·포크 등 식기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먹는 음식을 말하는데, 최근엔 한 입에 먹는 음식을 가리킬 때 쓴다. 결혼식 피로연이나 생일파티 등 연회에 자주 나오는 작은 샌드위치나 춘권이 그 예다.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담음새와 먹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식도 반찬 가짓수만 많이 내놓기보다 먹기 좋게 담아야 한다. 핑거 푸드는 다양한 맛과 다양한 질감을 아기자기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식을 알리는 데 제격이라고 봤다.

하나의 작은 조각요리 속에 여러 가지 맛이 조화롭게 깃들 수 있도록 네 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부드러운 단호박과 두부에는 담백한 게살을 매치했고, 바다의 향기를 간직한 해초알밥에는 고소한 참깨를 드레싱했다. 그릴에 구운 가지에는 불고기와 토마토를 곁들였고, 숯불에 구운 장어에 전복을 올린 뒤 간장과 유자·생강 소스로 상큼함을 더했다. 건강식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한 조각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었다는 생각이 들도록 꾸몄다.

단호박 두부 크림과 게살

1 호박은 삶아 연두부·두유·매실청·소금을 넣고 믹서기에 곱게 갈아준다. 2 유리잔에 호박두부크림을 넣고 게살을 양념해 올린다.

김부각으로 감싼 해초알밥과 참깨 드레싱

1 김부각을 만든다. 2 다시마·톳을 넣고 해초알밥을 짓는다. 3 김부각으로 알밥을 라비올리처럼 싸서 튀긴다. 4 참깨 드레싱을 곁들인다.

구운 가지와 불고기 롤

1 가지는 소금·후추·올리브유로 간해 그릴에서 굽는다. 2 껍질을 벗긴 가지 위에 불고기·영양부추·선드라이드 토마토를 놓고 돌돌 말아준다.

장어 & 전복 테린과 유자 생강 소스

1 장어는 간해 숯불에서 굽는다. 2 구운 장어에 전복·마늘·딜·실고추를 넣고 간장 젤리로 코팅한다. 3 유자 생강 소스를 만들어 곁들인다.



코리안 파스타팀 │ 이성준(인천하얏트리젠시호텔) 셰프
장·김치·육수 … 한가락 한가락 깊은 맛에 보는 재미도 그저 그만


한식은 묵은 시간이 우러낸 맛이다. 사람의 정성이 그대로 담긴 손맛이다. 고추장·된장·간장·김치가 이번 요리의 주제다. 한국의 대표적 저장식품이다. 이번 요리의 주연 같은 조연은 바로 육수다. 모두 시간과 정성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나오지 않는 맛이다. 한식의 깊은 맛을 나타내는 데 탁월한 식재료다. 이에 비하면 간편하게 만들 수 없는 불편함은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장맛과 육수 자체가 투박하고 복합적인 맛이라 섬세하고 깔끔하게 요리하는 데 주력했다.

너무나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네 가지 재료를 쓴 것은 한식 본연의 맛과 모양이 세계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외국인의 입맛에 과도하게 맞추려 하다 보면 맛의 기본을 잃기 쉽다.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가 오히려 외국인에게는 기분 좋은 충격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꾸미고 덧칠하기보다 있는 것의 장점을 살리는 식이 낫다고 본다.

모든 재료는 어머니가 손수 담근 것을 썼다. 이번 음식에 사용한 파스타도 방앗간에서 뽑은 절편을 먹기 좋도록 길게 썰어낸 것이다. 떡 파스타는 요리 도중 으깨질 수 있기 때문에 실온에서 조금 말린 후 사용하는 게 좋다. 만들기에는 너무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이 한 가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김치를 담가 묵혀야 하고, 고추장·된장도 마찬가지니까.

세 가지 맛의 떡 파스타와 말린 찹쌀묵은지

절편 흰떡 80g, 쑥떡 200g. 길게 뽑아서 길이 16cm, 두께 4mm로 자르고 참기름을 뿌려 놓는다. 쑥된장크림소스 데친 쑥 (60g)과 생크림·육수 각 반 컵씩을 섞어 믹서에 간 뒤 된장(25g)과 섞어 소스를 만들어둔다. 고추장소스 육수 1컵, 고추장 50g, 조청 35g, 참깨, 마늘을 섞어둔다. 간장소스 육수 1컵, 간장 1큰술, 조청 30g, 참깨, 마늘을 섞어둔다. 말린 찹쌀묵은지 김치잎 1장에 찹쌀죽을 앞뒤로 골고루 발라 80도의 오븐에 30분간 말린다. 육수 물 1.5L, 대파 150g, 양파 200g, 통마늘 1개, 다시마(15×15cm) 1장, 건멸치 30g, 당근 100g, 무 100g, 사과 150g, 배 200g, 생강 10g

※차리기 접시 바닥에 김칫잎을 깔고 세 가지의 떡 파스타를 올리고 계란지단·김 고명을 각각 올린다. 흰떡에는 고추장소스, 쑥떡에는 된장·간장소스를 붓는다.



코리안 파스타팀 │ 이성준(인천하얏트리젠시호텔) 셰프
매운 맛 누그러뜨린 닭볶음탕, 라비올리에 얹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자. 진부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말이 정답이라고 본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보편적인 맛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 맛이야말로 한국의 맛일 것이고, 이를 알리는 게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가 아닌가 생각했다.

한국의 맛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매운 맛이 아니겠는가. 매운 맛 하면 당연히 고추다. 하지만 매운 맛은 외국인이 잘 먹지 못한다. 그렇다고 매운 맛을 빼고 한식 세계화를 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외국인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매운 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재료를 섞으면서도 본디 맛을 잃지 않게끔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고추가 들어가는 수많은 음식 중 외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비빔밥’을 택했다. 이와 더불어 고추의 매운 맛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닭 볶음탕’을 선정했다.

이를 한식이 아닌 양식 스타일로 표현하고자 했다. 비빔밥은 롤 형태로 만들어 전채요리로 썼고 파스타는 리조를 이용해 비빔밥의 느낌을 살렸다. 드레싱으로 사용한 오일에도 한식 특유의 향을 나타내는 들기름을 이용했다. 고추장 소스에는 매운 맛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매실을 넣었다. 달콤하면서도 매운 맛을 표현했다.

닭 볶음탕은 라비올리의 소로 이용했다. 가니쉬로 느타리버섯과 대파를 이용했다. 소스는 닭 볶음탕의 육수를 거른 뒤 부드러운 맛을 더하기 위해 버터와 우유를 넣었다.

닭 볶음탕 라비올리

1 데친 닭에 고춧가루·간장·설탕·양파·마늘·감자·당근·고추·대파를 넣고 버무려 끓인다. 2 닭 볶음탕이 완성되면 식혀서 닭고기는 찢고, 양파·당근·감자·대파는 잘게 썰어 닭 볶음탕 소스와 함께 버무려 소를 만든다. 3 라비올리 피에 ②의 소를 넣고 라비올리를 빚은 뒤 데친다. 4 볶음탕 소스에 버터를 넣고 핸드믹서기로 쳐 거품을 낸 뒤 라비올리에 올리고 느타리버섯과 대파로 장식한다.

새우로 감싼 롤 비빔밥

1 새우는 갈아서 계란 흰자를 섞어둔다. 2 시금치·도라지·호박·느타리버섯·무·고사리·콩나물·청포묵 등 비빔밥용 채소는 손질해 들기름에 볶는다. 3 비닐을 깔고 간 새우를 얇게 편 뒤 ②의 채소를 올려 돌돌 말아 뜨거운 물에 데친다. 4 새우로 감싼 비빔밥용 채소를 반으로 자른 뒤 그 위에 삶은 리조 파스타를 올린다. 5 반숙으로 삶은 메추리 알과 어린 잎으로 장식한 뒤 매실 섞은 고추장 소스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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