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무 ‘천안함’은 같은 배 못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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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 둘째)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왼쪽 둘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불국사를 방문해 청운교·백운교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중·일 3국은 15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다수의 인명이 희생된 데 대해 애도를 표하고, 이 사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이날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4차 3국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양 외교부장은 한·중 양자 회담에서 “(천안함과 관련) 향후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대응책 협조 문제와 관련해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또 유 장관이 한국 정부의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기조를 설명한 데 대해서도 양 부장은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회담 재개를 위해 확고히 노력해왔다”며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양 부장은 또 북·미 양자대화→6자 예비회담 개최→6자 본회담 개최의 3단계 절충안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반면 오카다 외상은 “한국이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사건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천안함 대응에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견으로 인해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천안함 언급은 총 1264자중 83자에 그쳤다.

◆재확인된 한·중 ‘동상이몽’=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기조를 중국에 밝히고, 향후 대응에서 중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중국은 ‘천안함·6자회담 분리대응’ 및 ‘회담 조기 재개’ 기조를 분명히 해 이견 해소에 실패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매듭지어지면서 중국이 6자회담 재개문제에 부담을 안게 된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의 확고한 지지를 얻어내 중국에 부담을 지우는 성과를 올렸다. 외교소식통은 “국제사회가 납득할 정황이 제시되고, 미국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통해 ‘천안함 외교’에 나서면 중국도 이달 말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다소 진전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일 ‘핵군축’ 설전=15일 중·일 양자회담에선 오카다 외상이 “중국은 핵무기 숫자를 줄이거나 적어도 늘리지는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양 외교부장은 “중국은 국방을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핵무기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 비보유국엔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튿날(16일) 3국 외교장관의 불국사·천마총 방문에서 오카다 외상과 양 부장은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아 서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관측을 낳았다.

경주=전수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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