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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은 지금 '무법천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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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엔.비정부기구(NGO) 사무실들이 괴한들에게 약탈당하는 등 아프가니스탄 곳곳이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유엔은 북부동맹이 장악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마자르 이 샤리프와 파슈툰족 군벌이 통제하고 있는 동부지역 잘랄라바드에 위치한 유엔 사무실과 NGO 사무실들이 잇따라 약탈당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유엔에 따르면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는 유엔 소속 차량과 사무용품.통신장비가 모두 도난당했으며 잘랄라바드에선 유엔 지뢰제거반 사무실이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직원들이 구타당하고 차량 두대를 빼앗겼다. 동부 호스트주의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도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식량계획(WEP)도 지난 19일 2백10t의 구호품을 싣고 남부 스핀볼다크를 출발해 서부 헤라트로 향하던 중 차량 5대가 습격을 받고 물품을 강탈당했다고 밝혔다.

에릭 팔트 유엔 대변인은 22일 "불안정한 상황이 인도품 제공에 가장 큰 장애"라며 "북부 동맹측이 21일 무장 경호를 약속했으나 구호품 운송 차량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부동맹 등이 카불과 헤라트에서 구호 요원들을 경호하고 있으나 습격 소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도 국제 구호단체의 안전을 1백%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혀 유엔 등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NGO의 하나인 '케어 인터내셔널'의 앤드루 채윅은 "북부동맹이 카불을 장악한 뒤로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치안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구호품 공급이 더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서방 동맹국측의 켄턴 키스 대변인은 "동맹은 구호품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동맹만의 책임이 아니며 현 시점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내 모든 도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위험한 수송루트는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잘랄라바드를 거쳐 카불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로 지난 19일 이 도로에서 네명의 서방 기자들이 살해됐다.

유엔은 이에 따라 큰 비용을 들이더라도 우회도로를 건설하거나 항공기를 이용해 물자를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교적 안전한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을 통한 물자배급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 외무부의 나지불라 세르자이는 22일 탈레반 장악지역에서 활동 중인 외국기자들에게 "안전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으니 조속히 떠나라"고 명령했다.

탈레반은 외국기자들에게 두 시간의 여유를 주고 짐을 꾸리도록 했으며 동남부 차만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철수토록 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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