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답사 '아빠와 추억만들기' 시선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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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아빠는 늘 바쁘다. 때문에 주말에 자녀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기도 쉽지 않다.모처럼 시간을 내더라도 차를 몰고 교외에 나가 밥 한끼 먹는 것으로 여행은 끝난다.

어린 자녀들은 아빠와 함께 하는 오붓한 시간이 아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지면 아빠와 여행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분명히 재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아빠와 자녀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색 답사 단체가 최근 시선을 끌고 있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아빠와 추억 만들기'(단장 권오진)(http://www.schoolwithdaddy.com)다.

아빠와 자녀가 함께 참가해야 한다는 게 이 여행의 특징이다.엄마는 덤으로 낄 수 있지만 엄마와 자녀만이 참가할 수는 없다.

지난달부터 매주 진행되는 이 행사는 망둥어 낚시, 갯벌 조개잡이, 연어 맨손잡이 등 다양한 체험 행사 위주로 꾸려진다.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어섬(고포4리)에서 당일 일정으로 이루어진 행사는 초경량 비행기 탑승, 망둥어 낚시, 목수 체험으로 이루어졌다.

오전 8시 서울 서초구청 앞에서 관광버스로 출발해 어섬에 도착한 것이 오전 10시쯤.40여명의 참가자들은 도착지에서 세 개 팀으로 나누어 번갈아 세 가지 체험을 즐겼다.

어린이들은 대부분 처음 해보는 것들이다. 어린이들은 3백여m의 창공에서 아빠의 얼굴을 떠올렸고 낚시를 하면서는 망둥어를 쉽게 잡아내는 아빠에게 반해 버렸다.굵직한 통나무를 톱으로 간단히 잘라내고 도끼로 장작을 패는 아빠의 솜씨도 늠름하게, 또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어린이들은 "낚은 망둥어를 빼달라","통나무로 바퀴를 만들어달라"며 연이어 아빠를 찾았다. 엄마가 대신 해주지 못하는 일들이다.

점심 밥은 서울에서 가져온 무쇠솥에 장작을 지펴 지었다.밥 속에는 노란 감자가 함께 익었고 솥 바닥에는 누룽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오후에는 아빠와의 축구 시합.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날 참가비는 어른 5만4천원,어린이 4만9천원. 1남1녀 및 아내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강상우(40.공무원.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를 만났다. 그는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걸 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면서 "모처럼 자녀들과 좋은 추억 거리를 만들게 됐다"고 흐뭇해 했다.

강씨 딸 다연(11)양도 "아빠가 항상 늦게 들어와 속상했는데 아빠와 처음 축구를 해본 게 가장 재미있었다"고 즐거워했다.

'아빠와 추억 만들기'는 오는 25일,12월 2,9,16일에 경기도 용인에서 당일 일정으로 '아빠와 함께 하는 서바이벌 게임'행사를 갖는다. 12월 23~25일에는 설악산 통나무집에서 '아빠와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행사를 연다.

가족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참가자는 행사마다 선착순 40여명으로 제한한다. 어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린이들은 모처럼 아빠의 넓은 어깨에 기대어 단잠을 즐기고 있었다. 아빠와 추억 만들기 02-575-5569.

화성=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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