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리더 키우는 이튼 vs 입시 명문 웨스트민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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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당수의 총리 취임으로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 칼리지가 ‘정치인의 요람’이라는 명성이 재확인됐다. 우리의 중·고교에 해당하는 이 학교는 570년 역사 속에서 19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했다.

그러나 전통을 자랑하는 이튼이 성적 면에서는 최고가 아니다. 지난해 대학 입학시험에서 경쟁 학교인 웨스트민스터 스쿨의 평균 점수는 1103점으로 이튼(1054점)을 웃돌았다. 2002~2007년 기준으로 웨스트민스터는 졸업생의 절반을 명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 진학시킨 반면, 이튼은 32%에 그쳤다.

그럼에도 450년 전통의 웨스트민스터가 배출한 총리는 6명으로 이튼을 밑돈다. BBC방송은 이튼이 경쟁 학교의 추종을 불허하는 많은 정치 지도자를 배출한 이유로 학생들의 야망과 이를 뒷받침하는 학교 시스템을 꼽는다. 방송은 이튼 졸업생의 말을 인용, “이튼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자신들이 나라를 경영할 수 있다는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학교를 찾는 많은 유명 인사도 학생들을 미래의 잠재적 지도자라고 치켜세운다”고 전했다. 이튼에 대한 책을 쓴 닉 프레이저는 “이튼에는 학생들이 꾸려나가는 교내 모임이나 스포츠 클럽이 많고 과외 활동도 다양하기 때문에 정치와 연관된 생활을 미리 경험한다”며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고 유권자의 마음을 얻고 상대방에게 아첨하는 등의 생활에 익숙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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