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하병준] 한무제(漢武帝)와 남북관계(Part 2/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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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명재상인 관중(管仲)의 말을 기록한 <관자(管子)>의 법법(法法) 편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貧民傷財莫大於兵,危國忧主莫速於兵。
백성을 빈곤에 빠뜨리고 경제를 파탄 나게 하는데 전쟁만한 것이 없고
나라와 군주를 위기 및 고심 속에 밀어 넣는데 전쟁만큼 빠른 것이 없다.

칼과 창으로 싸우며, 병력 규모가 10만이 넘는 경우가 드물던 당시에 이미 전쟁은 국가를 절단 내는 요물이었다. 그래서 노자(老子)는 “兵者,不詳之器也。”(전쟁은 불길하기 짝이 없다)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인류 역사상 시간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시기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국가 하나가 절단 난다. 그렇다면 남북 양측의 현 상황을 놓고 비교했을 때 우리는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선거 후보자들이 원하는 유권자의 표심 같은 것들을 잃는다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놀라운 기적을 창출한 것이 한 순간의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증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나온다.

夫未戰而廟算勝者,得算多也;妙算不勝者,得算少也。
싸우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이겼으면 승산이 있는 것이고 졌으면 승산이 없는 것이다.

多算勝,少算不勝,而況於無算乎。
시뮬레이션 승률이 좋으면 이길 만하고 승률이 나쁘면 불안하거늘 시뮬레이션조차 하지 않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돌발상황으로 인한 국지전 발생, 전면전 전개에 대한 이후 전황과 주변국가의 대응을 지금으로서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主不可怒而興師,將不可慍而致戰。《孫子兵法》 -火攻篇
군주는 일시적 흥분으로 군사를 일으켜서 안되고
장수는 화가 난다고 병사를 부려서는 안 된다.

따라서 손자가 말했듯이 일단은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굶어 죽거나 반란이라도 일어날 만큼 불만이 고조된 북한을 상대로 일부러 부풀러 오른 풍선에 바늘로 콕 찌르듯 자극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한국전쟁을 통해 숱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딛고 현재의 금자탑을 이룬 우리가 다른 방법도 많은데 굳이 무력을 사용해야 할까?

우리 내부도 흥분한 마음에 도박을 걸기에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태이다. 바로 인정하기 싫지만 현재 거의 모든 사안에서 여론이 분열되어 있고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의 거의 완벽한 실종으로 사회 지도층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고구려가 수(隋)와 당(唐)의 수백만 대군을 물리치듯, 고려가 세계제국 원(元)의 침략을 격퇴하는 그 모습을 바랄 수 있을까?

兵之勝敗皆在於政。
政勝其民,下附其上,即兵強;民胜其政,下叛其上,即兵弱。<문자文子>상의(上義)

전쟁의 승패는 정치에 달려 있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면 백성들이 군주를 따르니 군대도 강해질 것이나
백성에 반하는 정치를 펼치면 백성들이 군주를 따르지 않으니 군대는 약해진다.

지금 강력대응을 해야 한다는 측은 미국의 군사 지원, 중국의 군사개입 배제, 한국의 경제력 및 현대화된 군사력을 과신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빼놓은 한가지, 한민족이 전쟁을 전개할 때 보여준 최후의 방어선, 바로 몽고 침입, 임진왜란과 구한말 대일항쟁 때처럼 매 위기의 순간에 보여준 놀라운 민중의 힘(?)에 대한 부분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上兵伐謀,其次伐交,其次伐兵,其下攻城。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략을 사용하는 것이며,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지원 세력에 대해 공작을 하는 것이며, 그 다음이 군대를 동원해서 굴복시키는 것이고 최후의 방법이 성을 공략하는 것이다.

全國為上,破國次之;全軍為上,破軍次之。
나라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요, 철저히 유린하는 것은 차선이다.
군대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요, 완전히 전멸시키는 것은 차선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면서 이미 떠난 젊은 장병들에 대한 복수를 배제하는 듯한 죄책감이 들지만 그들이 더 편하게 잠들고 제대로 된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걱정을 해 본다.

천안함의 장병들이여 용성의 비장군처럼 백령도의 수호신이 되어 주오소서!

秦時明月漢時關,진한 양 대에 걸쳐 전란이 끊이지 않으니
萬里長征人未还。만리에 걸친 그 광활한 지역으로 떠났던 이들은 돌아오지 않네
但使龍城飛將在,하지만 용성(龍城)에 비장군(飛將軍)이 있으니
不叫胡馬渡陰山。이제는 흉노가 음산(陰山)을 넘지 못할 것이네.

하병준 중국어 통번역, 강의 프리랜서 bjha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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