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핵 보유 주장 둘러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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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협박인가 사실인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빈 라덴은 지난 7일 파키스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미국이 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도 화학무기와 핵무기로 보복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억지력 확보를 위해 이런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촉발했다.

파키스탄 신문인 '프런티어 포스트'는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이미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미국으로 수송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신문은 "핵무기들을 담은 두개 이상의 여행 가방이 이미 미국 해안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면서 "러시아에서 입수된 이 무기는 타이머나 휴대폰 신호로 작동될 수 있으며 핵분열이 가능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2㎏이 포함된 8㎏짜리 무기"라고 상세히 전했다.

70개 이상의 캡슐에 담겨져 있는 생화학무기도 알 카에다 수중에 들어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11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화학무기 생산 시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알 카에다가 화학무기를 생산하려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미국은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보유설에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도 많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10일 "빈 라덴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다"며 핵 보유설을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빈 라덴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면서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독일 빌트지는 "빈 라덴이 스스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들을 부추겨 반미(反美)전쟁을 유도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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