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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전자상가 "수능 끝나 반갑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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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7일 오후 서울 용산 나진전자상가 2층 PC월드 매장. 쌀쌀한 바깥바람만큼 매장 분위기도 한산했지만 송일섭 사장의 기대감은 남달랐다.

"이제 수능이 끝났으니 손님이 늘겠죠.이번 주말부터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특별판매를 실시, 장사다운 장사 좀 해볼 작정입니다."

침체에 빠진 PC업체와 전자상가 상인들이 예비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판촉활동을 통해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 운영체제인 윈도XP 판촉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과 호흡을 맞춰 분위기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 수능 마케팅 본격화=용산전자상가는 한국MS와 공동으로 가수 백지영 등을 초청, 용산에서 판촉전을 시작한데 이어 이번 주말부터 거리 마케팅에도 나선다. PC를 사면 프린터와 전자수첩을 사은품으로 주는 곳도 있다.

나진상가 컴퓨터상우회 윤기병 회장은 "이미 상가별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완비했고 정품소프트웨어를 깔아주면서도 값은 올리지 않아 예비 대학생들이 경제적인 값으로 PC를 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삼보컴퓨터.LG-IBM 등 대기업들도 '수험생 특별 판매전'을 벌인다. 삼보는 '드림시스 노트북'을 사는 수험생에게 영한.일한 인터넷번역기를 증정한다. LG-IBM은 수험생이 펜티엄4급 1.7 GHz 제품을 구매하면 20만원 상당의 고급프린터와 PC 카메라를 10만원에 제공할 계획이다.

◇ 최악의 불황 이겨낼까=전자상가와 업계의 기대감은 크지만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뜸한 편이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7층 상가에도 입주업체 점원만 간간이 보일 뿐 물건을 고르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조립PC업체인 네오멀티의 이남건 사장은 "지난달 26일 윈도XP 출시 이후에도 PC수요가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크노마트의 경우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업체당 하루 4~5대씩 PC를 팔았지만 요즘엔 이틀에 한대 팔기도 어렵다고 한다. 테크노마트 관리업체인 프라임산업의 박상후 부장은 "전체 입점업체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한 2조5천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잘 나갈 때 하루 15대 이상 팔던 조립업체들은 요즘 하루 한대 팔기도 힘들다고 호소한다.

전자상가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인터넷쇼핑몰과의 가격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급속도로 떨어진데다 경기침체까지 겹친 때문.2~3년 전만 해도 PC 한대 팔면 20만~30만원은 남았으나 지금은 3만~5만원 남기기도 어렵다고 한다.

◇ 구조조정도 시작=전자상가의 최대 장점이었던 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켜 다시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용산 상인들은 최근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택배시스템을 구축한데 이어 공동구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용산전자단지협동조합 이용덕 전무는 "주요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싼 값에 공동구매하면 소비자들도 저렴한 값에 제품을 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장축소.인원감축도 대대적으로 벌어진다. 용산 최대 스캐너업체인 스캐너마을은 최근 점포를 5개에서 3개로 줄인데 이어 다음 달에 점포 한곳을 더 줄일 계획이다. 20명이던 직원도 10명으로 줄였고 본사 사무실은 폐쇄했다. 정민언 사장은 "용산 지역 5천여개 업체 중 40% 정도가 감원과 점포축소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종윤.김창규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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