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율이 점차 낮아져 처음으로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국제 민간기구인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11일 싱가포르에서 내놓은 ‘2010 세계 SW 불법복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불법복제율은 41%로 세계 평균치(43%)보다 낮았다. 이 기구가 199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그해 한국은 64%, 세계 평균은 38%였다. 국내 SW 불법복제 피해 추정액도 5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8% 감소했다. 제프리 하디(사진) BSA 부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한국의 저작권이 개정되면서 3진아웃제가 도입되고 고소권자의 동의 없이 부분적인 형사처벌을 받는 등 제재가 강화됐다. 저작권 보호운동도 광범위하게 진행돼 불법복제율이 크게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SW 시장이 커지는데 불법복제율은 감소하고 있다. 일시적 현상 아닐까.
“저작권 관련 법률이 강화되고, 이를 기업 등에 교육·홍보하면서 불법복제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린 덕분이다. 정부와 기업의 불법복제 퇴치 의지만 굳건하다면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불법복제율이 증가했는데.
“지난해 41%에서 2%포인트 늘었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시장의 SW 성장세와 PC 보급 증가세가 빠르기 때문인 것 같다.”
-불법복제율이 줄면 어떤 이득이 있나.
“BSA의 SW경제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05년을 기준으로 불법복제율이 10%포인트 낮아지면 9000억원 이상의 조세수입 증가, 3조원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증대 효과가 있다. 새로운 일자리도 2만여 개 생긴다고 한다. SW 지적재산권이 보호돼야 정보기술(IT)산업이 번성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과 일본이 각각 20%, 21%로 가장 낮은 편인데.
“한국은 OECD 평균인 27%보다 아직 꽤 높다. 22위다. 미국의 경우 불법복제에 대해 경고한 뒤 시정이 안 되면 CD 한 장당 15만 달러의 벌금을 매긴다. 단속과 제재 강도가 높다. 학교에서도 SW 윤리교육을 한다. 한국도 이를 배웠으면 좋겠다.”
싱가포르=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