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쌓은 인턴경력 300만원짜리 자격증 안부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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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대학생 916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여름방학 계획”을 조사한 결과, ‘자격증 취득’(25.9%)이 1위를 차지했다. 어학공부(20.4%), 학점(14.8%), 아르바이트(11.9%), 인턴십(9.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극심한 취업난을 자격증으로 돌파하려는 취업 준비생이 늘어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신입사원이 갖고 있는 평균 자격증 수를 보면, 외국계 기업은 1.8개, 대기업은 1.9개, 중소기업은 2.1개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다 자격증 수가 신용카드 수를 넘는게 아니냐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자격증을 따는 일도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자격증 준비에 300만 원’이라는 말에 놀라는 대학생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자격증의 종류와 질이 달라져 자격증에서마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흔히 전공이나 진로와 무관하게 기본으로 따둔다 해서 붙여진 ‘묻지 마 자격증’으로 오피스를(MOS) 들 수 있다. 기본으로 따는 것이라 해도 시험비 25만원, 학원비 20여 만원 등 45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실제로 한국 FPSB에 등록된 업체 중 하나인 에듀스탁의 경우 AFPK를 따기 위한 수업료가 65만원으로 책정돼 있고, CFP를 따기 위한 수업에는 195만원이 책정돼 있다. 여기에 자격증 응시료 AFPK(5만원)·CFP(20만원)을 합치면 자격증 하나 따는데 드는 비용만 총 275만원이 든다. 치르는 시험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로 다르고 이 같은 자격증의 차이는 취업의 성공 여부까지 가름할 수 있어 취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웬만한 경제적 능력 없이는 도전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그래서 취업전선에서 아예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중의 고통을 많은 대학생들이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명지대 경력개발팀 권순홍 계장은 “부담이 되더라도 필요한 경우엔 자격증 취득은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진행하는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MOS나 토익 스피킹 뿐만 아니라 단과대별로 필요로 하는 여러 자격증 준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학생들이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방법은 많다”면서 “그러나 다다익선식의 무조건적인 자격증 준비가 아니라, 추세에 따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인턴 등을 통한 경력을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자기 분야에 관련이 없는 자격증이라면 굳이 취득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검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라고 조언했다.

명지대 한명규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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