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중심산업 경영권 방어에 국민연금 보유 주식 의결권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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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운용문제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22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조용철 기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국민연금 운용 문제와 관련, "복지부 산하에 투자전문회사를 두되 기금 투자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 운용 방향에 대해 당(여당).정(정부).청(청와대)이 사실상 합의했다"고 말했다. <본지 11월 22일자 1, 6면>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본지 기자에게 이같이 밝히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식의 의결권을 앞으로 국가 중심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적극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일 재경부 등 경제부처 중심으로 논의돼 왔던 연기금 활용 방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연금운용의 기본원칙인 안정성.수익성.공공성을 확고히 견지하겠다"며 "경제부처는 복지부 뒤에서 조언하는 그림자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자 당.정.청은 긴급회의를 열어 복지부에 국민연금 관리책임을 맡기기로 했다. 급히 봉합책을 마련한 것이다.

김 장관이 국민연금 운용과 관련해 밝힌 것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연금이 투자목적으로 이미 갖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을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쓰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이 국가 중심산업에 포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김 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우량기업에 대한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 350여차례 참석했는데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15차례 정도였고, 그것도 SK에 대한 소버린의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기 위한 것 등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평상시에는 국민연금이 1대 주주의 의사에 특별히 반(反)하는 결정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의식한 것이다.

김 장관은 국민연금 운용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민간인 위원장과 다수의 민간인으로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되, 복지부 장관 등 정부 측도 일부 참여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복지부 장관과 기금운용위원장, 투자전문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함께 국회에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재경부를 맡고 있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김선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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