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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성 축제 퇴출시키기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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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겨울철 제주도의 대표적 이벤트로 손꼽혔던 ‘한라산 눈꽃축제’가 내년부터 폐지된다.또 청주시는 올해부터 공예비엔날레·항공엑스포를 폐지했고 충주시는 세계무술축제를 격년제로 바꿨다.

전남도는 ‘세계음식문화 큰잔치’를 4년마다 행사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충북도는 읍·면·동 단위까지로 남발되고 있는 70여 개 향토축제에 대해 내년부터 평가제도를 운영,경쟁력 없는 낭비성 축제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래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지방축제가 정비되고 있다.향토를 국내외에 홍보한다는 명분과 달리 관광객 유인효과가 신통찮아 ‘예산만 낭비한다’ ‘지방자치단체장 폼 잡는데 이용될 뿐이다’는 비난이 쏟아진 데 대한 반성으로 보인다.

◇폐지=청주시의 경우 당초 국제인쇄출판박람회·공예비엔날레·항공엑스포 등 3대 국제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지나치게 떠벌린다는 비난이 일자 세계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의 발상지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는 국제인쇄출판박람회만 열었다.

청원군은 면 단위 행사에 작년까지 1천5백만∼2천만원씩 지원했으나 행사가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부터 지원을 중단해 남일면의 ‘딸기축제’는 열리지 않았다.

한라산과 대관령에서 연례적으로 열리던 눈꽃축제도 문화관광부가 “눈도 없는데 행사를 여는 경우가 있는데다 관광객도 해마다 줄어들어 축제의 명분이 약하다”며 연간 5천만원씩의 지원금을 없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축제를 폐지하는 대신 남는 예산으로 한라산 등반객의 편의시설 확보에 주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다만 평창군은 지역 스키장의 지원을 받아 축제를 지속키로 했다.

◇통폐합·축소=전남 여수시는 내년부터 ‘남해안 생선요리 축제’를 진남제(매년 5월초)행사에 포함시켜 예산 낭비를 줄일 계획이다.

장흥군(천관산 억새제·제암산 철쭉제),구례군(산수유꽃 축제·피아골 단풍제·지리산 남악제),광양시(매화꽃 축제·전어축제·숯불구이 축제)등 지자체들도 경제성 없는 행사를 폐지토록 한 전남도의 권고에 따라 통합 또는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북 구미시는 “구미축제에 예산을 너무 많이 쓴다”는 여론이 일자 지역인사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연 끝에 그동안 단골메뉴였던 전야제,축포 발사,연예인 초청공연 등 전시성 행사를 없애고 행사기간도 이틀에서 하루로 줄여 지난 16일 행사를 치렀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토’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행사내용은 미인선발대회·노래자랑 등 천편일률적이기 십상인데다 관광객유치 실적 등 사후평가조차 않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충북개발연구원의 정삼철 박사는 “축제의 정체성을 높이고 자치단체 주도에서 탈피해 경영마인드가 접목된 주민 중심형 축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철·안남영·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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