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니, " 남자를 강아지처럼 다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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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지난 1일부터 공연 중인 19세 미만 관람가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극장인 한성아트홀에 2대의 CCTV가 달려있다. 관객들이 몰래 촬영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면 법적 조치를 하겠습니다”라는 협박(?)과 함께 야한 연극(이하 야극)은 13막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을 시종일관 흠칫 놀라게 한다. “내 XX를 느껴봐”라고 음담패설에 가까운 대사를 거리낌 없이 노래하는, 야한 여자 이파니를 무대가 끝난 뒤 만나봤다.

- 공연이 야극 수준이다. 남자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극중 사라는 남자를 강아지처럼 다뤄요. 무대에 나서면 군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남자관객들이 호응해 달라고 하면 우레와 같이 박수를 쳐줘요. 저는 남자를 조련하는 조련사...? (웃음)”

- 대사와 노래가사가 너무 야하지 않은가?
“가사가 너무 화끈했나요? 편하게 쓰기 힘들어 그렇지, 친한 사람들끼리는 할 수 있는 말들이라고 생각해요. 야한 농담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편하게 받아들이면 그만 아닌가요? 농담을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이상한거죠.”

- 가학성에 시달리는 사라가 가학자에게 ‘주인님’이라고까지 불렀다
“사랑은 표정과 얼굴까지 닮아간다며 길들여진다고 말하잖아요. ‘주인님’이라는 말은 연극적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라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런 강력한 표현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연극은 처음 아닌가?
“극 중 사라는 화려하며 다가오는 남자들을 즐기는 역할이에요. 하지만 사라의 마음 속은 순수한 사랑을 꿈꾸며 재탄생을 해요. 이번 연극을 통해 사라의 재탄생과 함께 이파니가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해요. 사라와 이파니는 많이 닮았거든요.”

연극의 원작자인 마광수교수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즐거운 사라’(1991년)를 출간하고 외설로 2개월 간 구속됐었다. 연출자인 강철웅씨도 97년 ‘마시막 시도’에서 외설시비로 구속된 전례가 있다. 외설시비에도 불구하고 20대-30대의 젊은 관객들을 연극판으로 불러오겠다는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야한 여자 이파니가 춤을 추는 동안 남자관객들의 목은 그녀를 따라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김정록,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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