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간통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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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랑은 당나귀에조차 춤추는 법을 가르친다'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가슴 설레는 첫사랑이건,다 잊은 줄 알았는데 느닷없는 손님처럼 찾아온 중년의 사랑이건 여하튼 사랑은 사람을 마취시키고 가슴뛰게 만든다.

누군가 말했듯이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자신의 아들로 키우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다른 여자가 그 남자를 멍청이로 만드는 데는 딱 20분이면 족하다. 그게 사랑의 마력이자 매력이다.

그러나 남녀가 평생을 한결같이 사랑을 지속시키기는 그리 쉽지 않다. 사랑 외에 인내.존경.신뢰.능력 같은 여러 요소가 더해져야 '흰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도 가능하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존 배리모어 같은 이는 "사랑은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 그녀가 괴물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까지의 즐거운 기간"이라고 정의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물체는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여인의 몸'이라는 독설(毒舌)도 그저 웃어넘길 것만은 아니다.

'몸이 무겁다고 느껴지는' 배우자를 마다하고 다른 이성을 사랑하고, 나아가 정사를 나눈다면 그건 다름아닌 간통이다(사랑이 없는 정사도 물론 간통이지만).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제아무리 아름답게 묘사했더라도 간통이고 위법행위다.

어제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는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제 유지,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 수호, 가족문제 등 사회적 해악의 예방을 위해 존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 것은 한국사회 전반의 정서에 비출 때 충분히 수긍된다. 사실 간통죄는 남편의 외도에 맞서 부인쪽에서 나름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안전장치 기능도 해왔다.

그러나 헌재 결정문에서 더 주목할 대목은 "해외추세와 사생활에 대한 법 개입 논란, 간통죄 악용사례, 국가형벌로서의 기능 약화 등을 고려할 때 입법부는 간통죄 폐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이다.

비록 국회에 권고하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조차 간통죄 폐지를 거론할 정도로 시대가 변했구나 싶다.

몇년 전 인기를 끈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엔 간통죄로 경찰서 신세를 진 여주인공이 "도대체 언제부터 형사랑 검사들이 내 아랫도리를 관리해온 거니□"라고 푸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간통죄 존속.폐지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노재현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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