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마음 남자생각] 사랑도, 닦고 광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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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지난 13일 결혼에 골인한 안정.안지는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여러 가지 이국 풍경 중 노부부들이 엮어내는 감동적인 데이트 장면을 빼놓을 수가 없다. 곱게 치장한 할머니를 정성껏 버스에 태운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차창을 바라보다가 시내에 내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한다. 그리고 바에 들른 그들은 함께 춤추고 열정적으로 대화한다.

갓 결혼한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할아버지의 부드러운 리드에 따라 춤을 추는 우아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샐러드를 먹여주는 소녀 같은 할머니.

막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서로를 열심히 바라보고 챙겨주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30년 뒤를 떠올려 봤다.

비틀스의 노래 중 'When I'm Sixty-Four'라는 곡이 있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7년에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가사를 쓴 참 예쁜 노래.

연인에게 내가 머리가 많이 빠진 예순 네살이 돼도 밸런타인 데이와 생일을 멋진 와인으로 챙겨줄 것인지 묻고, 그녀의 전등이 나가면 퓨즈를 갈아주겠노라 약속한다.

벽난로 앞에서 스웨터를 뜨개질해 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 예쁜 노래는 함께 정원 손질을 하고, 여름이면 오두막을 빌려 손자들을 무릎에 앉힌 채 휴가를 즐길 거라 예상한다.

우린 서울에 돌아와 여행기간 내내 머리 속을 맴돌던 그 노래를 함께 여러 번 들었다. 소꿉장난 부부가 아닐지라도 가끔 그런 상상 속으로 빠져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환갑이 넘어서도 사랑한다는 엽서를 보내고, 서로의 쭈글쭈글한 피부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우리가 되고 싶다. 손과 눈이 서로의 변함없는 느낌을 만끽하고, 조금 불편해진 걸음걸이와 조금 가빠진 숨결을 늘 옆에서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노부부.

물론 그런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자주 더 자연스럽게 사랑의 표현을 일상 속에 담아 내려 노력해야할 것 같다. 아직 표현이 뻣뻣한 우리이기에, 아직 잔잔한 물결같은 사랑 주고받는데 어색한 우리이기에.

'우리가 예순 네살이 되면…'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한번쯤 해 볼 만한 넉넉한 상상이다.

자유기고가

▶안정(34세. 프리랜서 글쟁이. 안정은 필명. 안지의 예비 남편. 한달 후 결혼 예정)

▶안지(29세. 시나리오 작가 준비생. 안지는 필명. 안정의 예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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