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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생탐구 발표대회 6년연속 수상 이충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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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겨울여행 중 차가운 눈을 뚫고 파란 싹을 틔운 보리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서울시교육청 주최의 올해 '학생탐구발표대회'에서 지난 17일 6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학생탐구왕 이충현(16.서울사대부고1년)양. 그의 수상 비결은 '끝없는 호기심'이다.

'왜 나팔꽃은 거꾸로 못 자랄까''소나무는 왜 지역별로 모양이 다를까' 등 주변 현상에 대해 항상 '왜'라는 의문을 던지고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연구에 몰두해 왔다.

李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대상을 네번이나 차지했고 금상.은상도 각각 한번씩 수상했다. 올해 대상을 받은 작품명은 '애기메꽃의 자화불화합성 연구'.

숭덕초등학교 5년 때인 1996년 '나팔꽃의 습성연구'로 금상을 받은 것을 비롯,'조선왕릉의 조성구조에 대한 비교탐구'(98년.은상), '지역에 따른 소나무의 특성비교'(99년.대상) 등 식물.역사 분야에서 전문가 버금가는 관찰력으로 각종 상을 휩쓸었다. 교내.지역별 대회까지 포함하면 수상경력은 1백회를 훌쩍 넘는다.

李양의 '호기심 여행'은 어릴 때 집 옥상에서 키우던 나팔꽃에서 비롯됐다. 나팔꽃의 성장과정을 보며 자연의 신비에 눈을 떴고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연구를 시작했다.

나팔꽃이 지상 5m 이상 자라지 못한다는 학설에 의문을 갖고 직접 나팔꽃을 12m 이상 키워냈고 꽃의 성장방향을 각도별로 다르게 하는 등 온갖 실험을 거듭했다.

초등학교 4년 때에는 백제 유적에 관심을 갖고 주말마다 부여.공주의 유적지를 탐사했다. 이같은 관심은 조선시대 왕릉구조 연구로 이어졌고 왕릉 주변의 소나무를 관찰하며 지역별 소나무 비교연구에도 뛰어들었다.

수도권 일대의 비공개 왕릉을 탐사할 때는 경비원의 눈을 피해 밤이슬을 맞아야 했고 강원도지역 소나무를 보러 갔다가 폭설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식물과 대화하는 독특한 형식의 관찰일기를 쓰면서 문장력도 향상돼 97년 '전국초등학생 독후감경연대회' 대상은 물론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가족사랑편지쓰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서울사대부고의 김정식 교감은 "과학은 물론 작문에도 능해 교사들이 서로 문과.이과로 데려가려고 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말했다.

중.고등학교를 수석입학하는 등 학업성적도 뛰어난 李양은 "영어공부나 입시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탐구정신"이라며 "생물학과에 진학해 식물학의 대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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