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스마트폰 시장‘무명 돌풍’… 기술 개발 10년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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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의 풍운아-’.

대만 휴대전화기 업체인 HTC(High Tech Computer Corporation)가 지난해부터 얻기 시작한 수식어다.

그 전까지만 해도 HTC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였다. 현재 각각 회장이자 대표이사 사장인 셰어 왕과 피터 초우(52·사진)는 1997년 휴대전화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공동 창업한 뒤 다른 회사 제품을 생산해 주는 일에 10년 가까이 주력해 온 때문이다. 2006년 자체 브랜드를 단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했고 근래에는 OEM을 중단했다.

초우 대표는 6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의 앞날을 밝게 보고 10년 동안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한 것이 주효했다”며 “HTC라는 브랜드를 이제 국제적으로 알아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디자이어’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OS 기반의 ‘HD2’를 공개했다. 그는 “수년 안에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회사에 오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억7470만 대 규모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040만 대를 팔아 삼성전자(640만 대)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다음은 피터 초우(52) HTC 대표와의 일문일답.

-HTC라는 이름이 꽤 유명해졌다.

“지난해 휴대전화 세계 판매량 10위였는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핀란드 노키아, 캐나다 림, 미국 애플에 이어 네 번째를 기록했다. 시기가 좋았다. 기술개발을 위한 혁신을 꾸준히 하고 좋은 글로벌 파트너를 찾은 게 주효했다.”

-올 초 구글의 자체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대행 생산하면서 인지도가 더욱 높아진 것 같다.

“넥서스원은 구글과 HTC의 브랜드 특성이 잘 배어든 제품이다. 좋은 파트너십이다.”

-한국 내 협력업체가 있나.

“삼성전자가 큰 부품 공급업체다. 이번에 출시하는 ‘디자이어’ 스마트폰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과 프로세서·메모리·베터리 등이 삼성 것이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추진하는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자율성을 갖고 미래 수종사업을 고안해 낸다. 2007년 애플 아이폰보다 정전식 터치스크린 방식을 먼저 내놨는데 이 조직의 작품이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휴대전화가 10종 이상이다.”

-애플이 지난달 20여 가지 항목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HTC는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 기술개발을 주도해 왔다. 기록으로 증명된다. 애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한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는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다. 소비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는 브랜드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한국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브랜드 파워가 부족해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한국 시장의 특성을 간파했나.

“세계적으로 매우 뛰어난 이동통신 시장을 갖췄다. 소비자들은 첨단 정보기술(IT) 기기들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스마트폰의 장점 역시 많은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다.”

-삼성과 LG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졌다는데.

“두 업체는 거대 기업이다. 스마트폰이 아니라도 다른 일반 휴대전화로 버틸 수 있기에 스마트폰 기술 개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한두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진 못할 것이다. 삼성과 LG는 규모로 승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표적소비자 계층을 잘게 나눠 HTC만의 시장을 특화해 나가겠다(HTC의 지난해 매출은 45억 달러).”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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