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김정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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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중국은 당이 국가와 군을 영도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79년 이론공작연구회에서 밝힌 ‘4대 기본원칙’ 내용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무산계급 독재, 공산당 영도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단연 공산당 영도다.

당 조직은 치밀하다. 말단 향(鄕)·진(鎭)·촌(村)에서 시(市)·현(縣)을 거쳐 성(省)·직할시까지 모두 당 위원회가 있다. 당위 우두머리가 서기다. 전국 당위 대표들이 5년마다 베이징에 모여 당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현재 204명이다. 중국을 이끄는 수뇌부다. 중국의 중앙·지방 관리는 거의 다 여기서 나온다. 중앙위원회 대표가 총서기, 집행기구는 정치국이다.

정치국원 28명 가운데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뽑힌다. 이들이 진정한 중국의 리더다. 이들은 대륙을 업무별로 9등분해 분할통치한다. 서열 1위는 국가 주석, 당 총서기, 군사위 주석이다. 당, 국가, 군의 3권을 틀어쥔 자리다. 2위는 전인대(국회) 담당이다. 3위는 행정 총괄, 즉 총리다. 4위는 통일전선조직인 정협(政協)의 주석이다. 5위는 사상과 언론 담당이다. 6위는 국가 부주석 및 홍콩·마카오·대만을, 7위는 상무 부총리를, 8위는 사정과 기율을, 9위는 사법·경찰을 담당한다.

어떤 국빈이 와도 상무위원 전원이 영접하는 경우는 없다. 예외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다. 그가 방중하면 9명 전원이 그를 맞는다. 대단한 파격이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당(黨) 대 당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상무위원 9명은 중국 공산당 대표고, 김 위원장은 조선 노동당 대표다.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한마디로 혈맹이다. 북·중 관계를 간단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과거 조공은 대국이란 명분을 주고, 무역이란 실리를 챙긴 외교행위였다. 지금도 하나 다르지 않다. 김이 위기에 몰린 끝에 서둘러 중국을 찾았다는 분석은 평면적이다. 최고지도자의 방문은 우지끈 뚝딱 이뤄지지 않는다. 치밀한 조정과 준비가 필요하다. 김의 방중은 북·중의 실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봐야 한다. 중국은 ‘핵 없는 세계’ 선언 속의 새 핵구도에서 영향력을 키울 기회다. 양질의 북한 자원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북한은 중국의 이해와 지지,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지만 김 위원장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만큼 국제정치는 냉혹하다. 정신 바짝 차려야 산다. 

진세근 탐사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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