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독일 '국제도서전'의 빈익빈 부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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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을 살펴본 기자는 제1세계와 제3세계 사이의 문화.정보 흐름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주최국으로 전시장 하나를 차지한 독일관이야 성황을 이룬 게 당연하겠지만 그 이외의 경우 격차는 뚜렸했습니다. 랜덤하우스.맥밀란 등 초대형 출판사들이 포진한 영.미관에는 테러를 우려한 보안 검색이 다른 전시관보다 철저했음에도 출판계 인사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습니다.

반면 한국출판문화협회와 10여개의 출판사로 이뤄진 한국관 부스를 비롯해 아시아 전시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한산해 몇몇 출판사는 부스를 폐막 전에 철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불균형은 한국 참가자들에게도 있었습니다. 전시장의 동양인 두 명 중 한 명은 한국 사람일 정도로 한국의 출판 관계자 4백여명 이상이 드넓은 전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도서 탐색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우리 책을 알리고 해외 판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한국관에 배치된 수십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더욱 놀라울 뿐입니다."뚜렷한 목표가 있다기 보다 이제 슬슬 해외에 이름을 알려야 되지 않겠나 해서 참가했다"는 겁니다.

사정은 좀처럼 쉬워보이지 않았습니다.이미 영.미권의 대형 출판사는 동양권 작가를 섭외해 동양에 관한 책을 직접 출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어 시장의 작은 규모와 출판사의 영세성을 탓하고만 있을 때 언제 해외 출판 자본이 몰려들어 한국의 저자들을 입도선매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제 인터넷.컴퓨터 그래픽 등 한국이 전세계적 강국으로 인정받는 분야의 기획출판, 외국 출판사와 콘텐츠 공동개발, 중국 등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출판물은 그 나라 문화 수준의 바로미터아닙니까.

그러니 한국관을 뛰쳐나와 전자미디어관.전문서적관 등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우리 출판물을 해외에 소개하려 한 와이즈북과 영진닷컴, 이플랫닛 등이 보여준 패기는 그 자체로 격려받아 마땅하겠지요.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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