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생존의 W이론' 펴낸 이면우 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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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명문대 신화는 깨졌습니다. 그런데도 상위 5% 안에 들어야 한다며 나머지 95%를 도태시키는 게 지금의 교육현실입니다. 그나마 5% 안에 든 학생들도 가장 경직된 지식만 배우지요. 부모부터 '명문대, 유망학과'의 사슬에서 벗어나'자녀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W이론'의 주창자 서울대 이면우(60.산업공학과)교수가 이번엔 교육으로 눈을 돌려 '생존의 W이론'(랜덤하우스중앙)이라는 책을 펴냈다. 신바람 경영을 주창한 W이론을 제시한 지 12년 만이다.

"현재 우리는 창의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아 차세대 생존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대학도 제대로 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대학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의 위기, 국민의 위기입니다."

이 교수는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교육철학의 빈곤'을 꼽았다. 그는 "끊임없이 보완책이 나오더라도 철학이 없으면 교육문제는 계속 심각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이공계 위기도 따지고 보면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위한 교육상이 없어 초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며, 부모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보다 '생존의 사냥기술'을 가르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제시했다.

그는 W이론이 훌륭한 사냥기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는 것을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며▶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빠른 변화에 집착하지 말고 느린 파문에 집중해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비로소 사냥기술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녀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선택을 존중해주면 되는 것이지요. 창의성은 관심있는 분야에서 발휘되게 마련입니다."

그는 이와 함께 '자녀 교육 10계명'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과거 학부모 1000명에게 "명문대 진학을 강요하지 않을 테니 사이좋게 지내자"는 내용의 '긴급평화 선언'을 자녀들에게 해보라고 권유한 적도 있다.

그는 "5지선다형 수능시험 문제가 나머지 인생에 적용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만약 수능을 망쳤다면 바로 그때부터 희망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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