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APEC 가는 DJ '4강 보따리' 무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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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 관심을 끄는 것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정상과의 회담이다. 문민정부 시절 어긋났던 4강 외교는 현 정권 출범 후 상당히 복구됐지만,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재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異見)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이념 갈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과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우파 성향을 드러내면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최근 남쿠릴열도에서의 꽁치 조업 금지 문제가 金대통령을 괴롭히는 상황이다.

일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개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오는 15일 방한하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다시 만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주변국의 지지와 협력 없이는 남북관계가 진전되기 어렵다고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다. 따라서 임기 중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4강 외교부터 다져나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江주석은 지난달 초 평양을 방문했고, 푸틴은 8월 초 모스크바를 방문한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만났다. 이들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우방의 정상이란 점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는 金대통령에게는 중요한 변수다.

특히 江주석은 金위원장에게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등 한반도 긴장 완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교착상태의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깊숙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이즈미 총리와 푸틴 대통령을 연쇄적으로 만나는 이번 상하이(上海) 정상회담은 남쿠릴열도 꽁치 조업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와 남북 화해 협력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반테러 전쟁을 진행 중인데다 고이즈미 총리 역시 '북방 영토'와 역사 인식 문제를 본질적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외교 당국자들은 전망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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