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쓴 꼬마일기] 요즘도 모기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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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나는 모기가 너무 싫다.

오늘 아침에도 내 왼쪽 뺨과 목을 모기에 다섯 곳이나 물렸다.

모기는 여름에나 무는 줄 알았는데 요즘 같은 가을에 더 심한 것 같다. 책에서 찾아보니 모기는 알을 낳으려면 사람 등의 피에서 영양분을 얻어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내 얼굴이 말이 아니다. 자다가 긁어서 퉁퉁 부었다. 우리 집은 3층이라서 모기가 더 많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모기를 피하는 여러 방법을 알아냈다.

첫째, 저녁에 앞 베란다에 나가보면 창문 밖에 모기가 새까맣게, 아니 하얗게 붙어 있다. 거기에 살충제를 쏴악 뿌리면 후두둑 떨어진다.

둘째, 현관문을 열 때 모기가 따라 들어오기 전에 얼른 닫는다.

셋째, 저녁을 먹으면서도, TV를 보면서도 날아다니는 모기는 반드시 따라 가서 잡는다.

넷째, 자다가 모기가 귀 옆에서 애~앵하면서 날아다니면 모기 모르게(?) 살짝 일어나 전등을 켠다. 그러면 모기가 갑자기 밝아진 불에 놀라 벽이나 침대 머리에 붙어 꼼짝 못한다.

그때 살짝 손바닥으로 잡는다.

이 일은 보통 아빠나 엄마가 하시는데 너무 모기가 많아 잠을 설친다고 여름방학 때 엄마가 모기장을 사오셨다.

모기장을 친 후부터는 마음놓고 잘 수 있었다. 아무리 모기가 날아다녀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또 꼭 텐트 안에서 자는 것 같아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모기장 안에서 자는데 이놈의 모기가 우리가 모기장 안을 들락날락할 때 살짝 따라 들어와 내 얼굴을 이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오늘밤부터는 모기장 밖으로 못나가고 벌벌 떨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참 한심했다.

토끼장에는 토끼가 살고, 새장에는 새가 살아야 하는데, 왜 모기장에서는 내가 벌벌 떨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 있는 모기를 다 모기장 안에 넣어 놓고 맘 편하게 내가 밖에서 살 방법이 없을까□ 차라리 빨리 추운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나 돼야 모기와의 전쟁이 끝날 것 같다.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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