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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농사지어 장학금 지급한 노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70~80대 노인들이 휴경지에 감자.콩을 키워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포항시 기북면 탑정2리 탑정노인회 회원들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노인의 날(10월 2일) 국무총리 표창장을 받았다.

이들은 9일 정장식 포항시장에게서 표창장을 전달받고 겸연쩍어 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탑정노인회 회원은 할아버지 18명, 할머니 14명 등 모두 32명.

이들이 어려운 학생돕기에 나선 것은 1998년. 95년 노인회를 만든 뒤 경로당에 모여 별로 하는 일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던 이들은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며 머리를 맞댔다.

진창하(84)노인회장은 "늙은 우리도 땀을 흘리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회원들 모두 '일하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회의를 거듭한 끝에 농사로 돈을 벌어 이웃을 돕기로 했다.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온 우리가 농사 외에 할 게 뭐 있노."

노인들은 노는 밭 1천2백여㎡에 감자와 콩을 심었다. 비지땀을 흘렸지만 수확은 시원찮았다. 책임지고 밭을 돌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陳회장은 그러나 모임의 뜻을 살리기 위해 노인정 운영경비 중 일부에 자신의 돈을 합해 마련한 60만원을 마을의 부모가 없는 고교생 2명에게 장학금으로 나눠줬다.

이듬해에는 포항시에서 2백만원을 지원받고 논 8천여㎡와 밭 3천5백㎡를 빌려 벼농사와 감자.콩 농사를 지었다. 이 해의 매출액은 3백80만원.

이 가운데 1백만원을 기북면 내 소년소녀가장 다섯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고 나머지는 이웃돕기에 썼다.

지난해엔 중학생 4명에게, 올 3월엔 중.고생 5명에게 모두 2백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회원 황명구(76)씨는 "힘을 합해 일하고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어 하루 하루가 즐겁다"며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할 작정"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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