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대미 추가공격"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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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공격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해 빈 라덴은 알 자지라TV에 출연 '대미성전' 을 선언, 추가테러를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내 영토 및 해외주둔 미군시설, 이번 공격에 동참한 영국 관련 시설들에 대한 보복 테러를 감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알 카에다 등 빈 라덴 추종세력이 극렬 보복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물라 아흐메드 오마르 등 탈레반 지도부는 수차례 미국의 공격이 있기 전부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공격할 경우 똑같은 수준의 보복을 미국땅 및 미군 시설 등에 대해 감행할 것임을 경고해 온 바 있다.

물론 미국과 영국 등은 이번 작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국 및 국제 테러조직에 대한 면밀한 감시와 조직와해 작전을 개시해 탈레반의 보복 테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및 서방 주요국가, 그리고 이번 미군 작전에 협력을 선언한 파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요 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또 극단적 이슬람원리주의 지도자들에 대한 가택연금 및 정보기관들의 밀착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프간 난민 수백만명이 모여 사는 파키스탄은 원리주의 단체 '자미아트 울레마 이 이슬라미' 지도자들에 대한 가택연금을 실시했다.

한편 현재 미국의 공격이 비행기에서의 공습이기 때문에 일단 아프가니스탄군과 미군의 직접 교전은 지상군이 투입될 때까지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군이 탈레반 반군인 북부동맹군과 함께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엔 양측간 교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전투기 등 무기 수준은 미국에 비할 수 없지만 끊임없는 내전을 통해 전투 숙련도는 거의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총 병력수도 대부분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로 구성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으나 50만~1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다 아프가니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와 테러기지가 힌두쿠시 산맥 깊숙한 지역에 위치해 미군도 작전이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산악지형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때보다 더 악조건이다.

때문에 미군은 이번 1차 공격을 크루즈 미사일과 공중폭격 위주로 실시했지만 이런 작전은 아프가니스탄에 별로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가운데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방공망이다. 탈레반은 다양한 옛 소련제 대공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SA-2 중거리 대공미사일은 지난 6월 이라크에서 미군의 E-2C 호크아이를 격추했으며, 미 공군의 고공정찰기인 U-2까지 격추시킬 뻔한 적이 있다.

따라서 미군은 본격적인 작전을 개시하기 직전에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와 칼빈슨에 대기 중인 EA-6B 프롤러를 보내 강력한 전파를 발사해 공격 대상 지역 부근의 모든 레이더와 통신을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레반 군이 보유한 휴대용 미사일은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고 눈으로 보고 발사하기 때문에 미 전투기들의 저공비행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또 탈레반 군이 곳곳에 설치한 구경 1백㎜와 85㎜ 등 구형 대공포와 37㎜ 신형 대공포 또한 미 전투기가 테러기지에 접근하는 데 부담을 주게 된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공군력은 미국에 비해 크게 취약한 편이다.

미그 23과 미그 21 등 소련제 구형 전투기가 중심인 아프가니스탄의 공군은 F-14, F-15 등을 앞세운 미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일 경우 제대로 된 공중전을 벌이지 못하고 대부분 격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투기의 레이더 탐색거리와 공대공 미사일 성능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공권은 미국이 1~2일 이내에 바로 장악할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탈레반의 지상전력 또한 상당 수준에 올라 있다.

전차의 경우 대부분이 T-60과 T-55로 비록 구형이기는 하지만 경무장한 미군의 특공부대에는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1백대에 가까운 공격헬기도 짧은 시간에 집중해 작전을 구사할 수 있어 미군이 소규모 지상병력을 투입할 경우에는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본거지가 위치한 카불 부근 등은 산악이어서 탈레반의 공격헬기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슬라마바드〓예영준 특파원.김민석 군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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