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화의 외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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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 11면

불자들이 몸과 마음으로 계율을 다짐하는 자리에 석가모니 괘불이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습니다. 절 깊은 곳에 꼭꼭 여며 모신 괘불탱화의 외출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두 손 고이 모아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께 원을 세워 맹세하는 잔치에 끼어들었습니다. 2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장엄함이 속으로 깊어진 괘불 주위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요리조리 보며 다녔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법회 때에 맞춰 금실과 명주실로 치장한 비단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나란히 등장하며 자리합니다. 비단 방석에 올라선 스님들의 금란 가사가 강렬합니다. 빤짝이는 금란 가사에 눈이 어지럽습니다. 금란 가사는 공력이 높아 받들 수 있는 스님이 입습니다. 스님을 받드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 놓인 ‘명패’에 현혹되지 아니하고 제 자신을 돌보기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어느 지역 단체장이 시끄럽게 자신의 속내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는 시절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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