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젠트 증권 역발상의 '뚝심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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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리젠트 증권의 선물·옵션팀은 요즘 회사측의 따뜻한 배려를 잊을 수 없다.

지난달 8일 옵션 주문 실수로 순식간에 66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팀장에게만 책임을 묻고,팀원 9명은 누구도 문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회사의 존립을 흔들만한 대형 손실을 냈을 때는 엄격한 문책과 함께 해당 사업분야의 거래를 상당기간 중단하는게 관행이었다.

리젠트 증권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이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다.국내 증권사들의 관행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옵션팀이 66억원을 단 21초 만에 날린 속사정은 이랬다.

옵션만기일을 하루 앞둔 진나달 8일 오전 8시반.선물·옵션팀의 H씨는 평소처럼 컴퓨터를 통해 옵션 주문을 냈다.

8월물 풋옵션 행사가격 62.5짜리를 전날 종가인 1천원(0.01)에 8천8백계약 팔아 8백80만원을 남기겠다는 계산이었다.

H씨는 마우스로 행사가격 62.5짜리 풋옵션을 클릭했고,매도가격을 1천원으로 적어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클릭한 것은 풋옵션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 상에 바로 옆의 콜옵션 62.5였으며 이 상품의 전날 종가는 1천원의 7백50배인 75만원(7.5).마우스 클릭 잘못으로 75만원짜리 콜옵션을 1천원에 팔아치운 셈이다.

리젠트 증권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팀장만 퇴사조치시켰다”며 “곧바로 내부에서 새로운 팀장을 선임해 선물·옵션 거래를 계속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선물·옵션팀이 그전 6개월동안 6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데다,파생상품 분야를 주력 사업의 하나로 삼기위한 포석으로 증권가는 풀이하고 있다.

한편 리젠트 증권의 선물·옵션팀은 미국 테러 사태로 인해 선물·옵션이 폭락했을 때 다른 증권사보다 손실을 상대적으로 적게 입었으며 이튿날 손실의 대부분을 만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젠트증권은 26일 서울전자통신에 대한 1천2백만 달러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삼애 인더스 이용호 회장의 해외CB 사건이 터져나와 해외CB 발행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서울전자통신㈜(대표 손창동)은 “미국 테러 충격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 상태에 빠졌지만 당초 예정대로 1천2백만 달러(원화기준 157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해외CB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주간사 회사인 리젠트 증권의 김종훈 이사는 “삼애 인더스가 흙탕물을 뿌렸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이 몸을 사린 가운데 해외CB는 코스닥 등록기업에는 가장 효율적이고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라며 “해외 투자기관 가운데 투자 철회나 연기를 요청한 경우가 없어 해외 CB발행을 강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전자통신의 해외CB는 전환 기준가격(주당 6천3백8원)보다 높은 주당 7천원에 1차 전환가격을 정하고 만기보장 이율 연 5%에다 다음달 중순 자금 납입을 조건으로 발행된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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