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순석의혹' 도박뿐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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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안그룹 회장 박순석(朴順石)씨가 거액의 내기 골프와 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당사자인 朴씨가 혐의 내용을 수긍하기는커녕 "짜깁기 수사" 라며 반발하는 바람에 궁금증이 한층 커지고 있다.

검찰이 밝힌 朴씨의 혐의 내용은 파렴치범 수준이다. 신사 스포츠의 대명사격인 골프를 추하기 짝이 없는 운동으로 격하시켜 골퍼나 골프 팬들까지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골프잡지 등에 얼마 전까지 '새로운 골프문화의 선구자' 로 소개돼온 그가 힘없는 하청업자들을 상대로 골프 매너를 외면한 채 반강제적인 내기 골프를 일삼아왔다니 검찰 발표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또 한 타에 최고 1백만원씩 내기를 하거나 한 홀에서 수천만원을 따기도 했다는 것은 도덕성 마비상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검찰이 발표한 朴씨 구속 사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순수하게 도박 행위만으로 그를 구속했다고 믿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朴씨의 사업 확장 과정에 의혹이 많았던데다 항상 정치권 실세 인사나 권력층과의 밀착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점을 연계시키는 시각도 있다.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 36홀 규모의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朴씨가 건설.레저업계에서 떠오르는 호남기업의 하나로 행세해온 데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朴씨가 검찰에서 "짜깁기 수사로 검찰이 나를 얽어매고 있다. 내가 잡힌 것은 금품하고 관계가 있다" 고 주장한 부분은 더욱 의혹을 부채질한다. 피의자는 가능하면 범죄사실을 축소하려는 게 상식적인데 朴씨는 오히려 다른 혐의를 추가하려는 자세이니 이상한 일이다. 이를 근거로 야당은 이미 '이용호 게이트' 와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朴씨를 서둘러 구속한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해놓고 있다.

의혹은 방치하면 계속 커지는 법이다. 정권 차원의 부담이 되기 전에 검찰이 朴씨를 둘러싼 혐의점과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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