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965점도 낙방… 석유공사 등 일부 공기업 취업난에 커트라인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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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토익 점수가 965점인 취업준비생 P씨(24.여). 그는 최근 한국석유공사와 농업기반공사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지원했다 거푸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토익 성적이 낮았기 때문이다. P씨는 "토익 성적을 올리기 위해 10번 가까이 시험을 치며 노력했는데 필기시험을 칠 기회조차 못 잡으니 허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공기업의 토익 합격선이 만점인 990점에 육박하고 있다. 취업난과 경기불황으로 구직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1차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1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 합격자의 10배수를 서류전형으로 뽑은 결과 경영직의 영어 합격선이 토익 970점이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002년만 해도 토익 940점 정도면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며 "매년 구직자가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회사도 놀랄 정도로 합격선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기반공사도 마찬가지. 2명을 뽑는 경기지역 행정직에 1700여명이 몰리면서 975점에서 당락이 갈렸다. 경남지역 행정직에서는 945점 이상이 좁은 관문을 통과했다.

토익 성적 인플레에 많은 구직자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심모(29)씨는 "일곱번 토익시험을 치느라 응시료만 22만원을 썼으며 학원비.교재비까지 합치면 100만원도 넘게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에는 최근 이런 질문이 올랐다. '도대체 토익 안정권이 몇점입니까?' 이 질문에 달린 댓글은 '990점이요'였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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