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휘윤씨 서울지검장때 이용호에 조카 취직부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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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43)씨 불입건 조치와 관련해 감찰조사를 받고 있는 임휘윤(任彙潤)부산고검장이 서울지검장 재직 시절 李씨에게 부탁해 5촌 조카를 李씨 계열사에 취직시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별감찰본부(본부장 韓富煥대전고검장)의 한 관계자는 24일 "任고검장은 서울지검장으로 부임한 1999년 6월께 李씨를 통해 조카를 李씨가 운영하는 시스웨이브에 취업시켰으며, 조카는 그해 8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 밝혔다.

任고검장은 최근 조카가 李씨 회사에 근무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자 "어떻게 그 회사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며 "李씨를 향우회 등에서 한두번 만났지만 97년 대검 강력부장 재직 당시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마라' 고 혼내준 뒤 교류가 없었다" 고 말했었다.

감찰본부는 任고검장이 조카 취직을 李씨에게 부탁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두 사람간에 특별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금명간 다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감찰본부는 이와 함께 이날 서울지검 특수2부장 시절 李씨를 불입건처리했던 이덕선(李德善)군산지청장의 부인이 지난해 7월을 전후해 현금으로만 7천만원을 딸의 은행계좌에 입금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출처를 조사 중이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현재 李지청장 부인은 돈의 출처에 대해 '주식투자 수익과 친정 등에서 받은 돈을 입금시킨 것이며 남편과는 무관하다' 고 주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李지청장 부인의 증권회사 계좌 입출금 내역 등을 조사해 문제의 돈이 李씨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것" 이라고 말했다.

감찰본부는 이와 함께 본지가 보도(9월 24일자)한 '이용호 리스트' 에 포함된 현직 검찰간부들과 李씨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감찰본부는 이날 李씨가 지난해 5월 서울지검에 긴급 체포됐을 때 당시 任지검장에게 "법률검토를 잘 해달라" 는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진 전 법무부장관 김태정(金泰政)변호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했다.

감찰본부는 또 이날 지난해 李씨의 또다른 변호사였던 검사 출신 李모 변호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호활동을 한 경위와 검찰과의 접촉 경로 등을 조사했다.

한편 서울지법은 이날 지난 21일 횡령 및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李씨를 형사합의 21부에 배당했다. 李씨에 대한 첫 재판은 이르면 다음달 10일께 열릴 전망이다.

조강수.정용환.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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