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리스트' 보도… 로비수사 급진전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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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 및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G&G그룹 이용호 회장의 로비의혹이 갈수록 구체성을 띠면서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검의 李씨 불입건 처리와 관련해 검찰 간부 비호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李씨의 보물선 인양사업을 고위층 인척이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고 본지 취재진에 의해 확인된 '이용호 리스트' 에 정.관.검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李씨의 로비가 경찰에까지 뻗쳤던 것으로 확인돼 그의 전방위 로비 의혹은 눈덩이 불듯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4일 야당의 특검제 요구를 수용하도록 여당에 지시해 검찰로서도 이 사건의 핵심인 정.관.검 로비 수사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검제 도입으로 제기될 수 있는 축소.은폐 수사 시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 '이용호 리스트' 수사=특별감찰본부와 대검 중수부는 본지의 '이용호 리스트' 보도에 매우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이용호 리스트' 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으나 李씨의 리스트가 확인됐고, 이 명단에 검찰의 특별감찰 대상인 임휘윤(任彙潤)부산고검장 등 정.관.검 인사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본지의 '이용호 리스트' 보도 후 "李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李씨가 친분관계를 가져온 인사 등 1천8백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고 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이 명단에 현직 검찰 간부들이 포함된 데 대해 크게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현재 특별감찰본부는 任고검장에 대한 李씨의 로비 혐의까지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리스트에 새로 드러난 검사장.부장검사에 대해서는 당장 입장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구체적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李씨의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사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이용호 리스트' 수사는 李씨의 진술과 함께 각종 회계자료 분석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단서를 포착하는 작업이 이뤄진 뒤 본격화할 전망이다.

◇ 고위층 인척 조사=중수부 관계자는 "李씨에게 보물선 사업을 소개해준 고위층 인척이 L씨라는 사실은 李씨 진술을 통해 확인했지만 수사여건상 아직 L씨 조사를 결정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같은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는 검찰 수사가 아직 李씨의 횡령.주가 조작과 검찰 간부의 비호 의혹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L씨를 조사할 경우 자칫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시간 문제일 뿐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며 L씨에 대한 소환 조사 방침을 내비쳤다.

박재현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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