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한보-2001년 이용호 게이트 닮은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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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면1=정국이 한보사건으로 어수선하던 1997년 2월 10일, 당시 상도동 실세이자 대선 예비주자 중 한명이던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김덕룡(金德龍)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야권인 국민회의(현 민주당)로부터 한보 특혜대출의 배후로 지목된 데 대해 金의원은 "황당하고 해괴하다" 며 '음모설' 을 제기했다.

장면2=4년반 정도가 흐른 지난 18일, 동교동계 신파의 리더인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도 '해명성'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자신의 이니셜 'H' 를 거론한 데 대해 그는 "빈 라덴보다 더한 인격 테러" 라고 발끈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 '이용호 게이트' 가 YS정부 말기의 한보사건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 이란 얘기가 나온다.

특혜대출 비리(한보)와 주가조작 사건(李씨 게이트)이란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 불거진 로비 사건이란 점, 권력의 중심 세력이 분화(分化)돼 가는 와중에서 사건이 터졌다는 점, 여권 실세.대선 주자 연루설이 나왔다는 점, '리스트' 가 화제가 된 점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보사건이 터진 97년 초, 상도동계는 맏형격인 최형우(崔炯佑) 당시 신한국당 고문이 킹 메이커를 염두에 두고 일부 경선 주자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었던 반면 김덕룡 의원은 독자 출마를 추진해 왔다.

현재 동교동계도 좌장격인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측과 일부 경선 후보의 연대설이 나도는 가운데 한화갑 위원이 "동교동계의 역사적 임무는 끝났다. 각자 갈 길을 간다" 고 선언한 바 있다.

한보사건 당시 국민회의는 '상도동 실세 개입설' 을 주장해 'C.K.S.H' 등의 이니셜이 지상(紙上)에 오르내렸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동교동 실세 개입설' 을 주장하며 'K.H.L' 등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대응도 유사하다. 한보사건 당시 검찰은 최병국(崔炳國)대검 중수부장을 2개월 만에 심재륜(沈在淪)씨로 교체하고 이른바 '드림팀' 을 만들어 재수사했다. 그 결과 YS의 아들 김현철(金賢哲)씨가 구속됐다. 현 검찰에선 '특별감찰본부' 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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