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본부 수사 윤곽] '이용호 봐주기' 강력 처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5월 서울지검 간부들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43)씨를 긴급체포하고도 석방한 뒤 입건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정상적인 사건처리가 아니었음이 감찰조사에서 사실상 확인됐다.

21일 대검 특별감찰본부(본부장 韓富煥대전고검장)와 대검 감찰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특수2부가 李씨에 대해 입건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수사 실무진의 판단 때문이 아니라 당시 임휘윤(任彙潤)지검장과 이덕선(李德善)특수2부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 두명이 지난해 5월 당시 이미 李씨와 몇차례 만난 사이여서 이같은 개인적 관계가 사건처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감찰본부측은 두 사람이 부당하게 사건처리를 지시한 것이 법률상으로는 징계사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李씨측과의 금품거래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韓감찰본부장이 20일 저녁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계좌추적 방침을 밝힌 것도 사건처리를 둘러싼 금품수수 여부를 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검사장과 특수2부장이 사건처리에 영향력 행사〓감찰본부 관계자들은 21일 "대검 감찰부가 당시 서울지검 관계자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실시한 결과 任지검장과 李부장이 사건처리에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며 "이제 남은 작업은 이들이 李씨를 봐준 이유를 규명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감찰본부에 따르면 당시 특수2부가 지난해 5월 9일 李씨를 긴급체포하고도 법적으로 조사가 가능한 48시간을 채우지 않고 긴급체포를 취소한 과정에서부터 任지검장과 李부장검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특수2부 검사들은 20여일 동안 李씨의 횡령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인 뒤 李씨를 긴급체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특수2부는 李씨를 36시간 정도만 조사한 뒤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는 이유로 함께 연행됐던 참고인 14명과 함께 李씨를 풀어주었다.

李부장검사는 대검 감찰부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에게 "李씨가 횡령한 돈을 모두 변제했기 때문에 입건을 하지 않았다" 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특별감찰본부측은 "지난 4일 대검 중수부가 李씨를 구속하면서 李씨가 횡령금 변제용으로 사용했던 주식이 대부분 담보가 설정된 상태여서 횡령한 돈을 변제했다는 李부장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고 지적했다.

특별감찰본부측은 또 任고검장은 당시 李부장검사에게서 李씨 긴급체포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내가 아는 사람인데 알아서 처리하라" 고 말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任고검장이 검사들이 오랫동안 내사를 한 피의자에 대한 긴급체포를 제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긴급체포 자체는 승인한 뒤 다른 방법으로 李씨를 봐줄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任고검장은 李씨에 대한 긴급체포 사실을 매주 두차례의 대검총장에 대한 정례보고에서도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 당사자들 해명〓任고검장은 "李부장이 李씨 긴급체포를 보고했을 때 '내가 아는 사람인데 나를 팔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어 야단을 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알아서 하라' 고 말한 것은 엄정하게 처리하라는 취지였다" 고 주장하고 있다.

또 李부장은 "당시 李씨가 횡령액 모두를 변제해 불입건을 지시했으나 수사검사가 불구속기소를 주장해 결국 절충점으로 입건유예조치를 했다" 고 해명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