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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순정한 허구…' 소설 양식 미학적 규명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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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이번 중앙신인문학상의 평론 부문 응모작들은 주로 당대 문학에 관한 관심을 논리화하는 작업에 관련된 작품들이 많았다.

환상.엽기.여성.근대성 등과 같은 주제어들이 작품의 표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문학의 비평적 관심의 향방을 짐작할 만하다.

작품 속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문학인들의 경우에도 이문열.최승호.최승자.윤대녕.성석제.신경숙.은희경.하성란.전경린.백민석씨 등과 같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당대의 문인들이 중요 관심사가 되었다는 것도 새로운 변화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자주 보였던 대학 보고서와 같이 틀에 매인 글이 줄어들었고, 글 자체가 상당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최종 심사에 올린 작품은 '순정한 허구, 혹은 소설의 죽음과 부활' (고인환), '엽기의 복화술' (장문경), ' '변경' 으로 이문열 읽기' (조영일), '환상과 전율' (이성혁), '디지털 사회, 그 풍경의 발견' (김정남), '자유 속의 자아, 자아 속의 자유' (허병민) 등이다.

여섯 편의 작품들은 모두가 일종의 작품에 대한 해체적인 전략을 숨기고 있다는 유사한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평적 관점을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자기 목소리 또는 방법의 독창성이 조금씩 부족하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여러 가지 비평적 방법 가운데 하나의 관점을 내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해체시켜 보고자 하는 의욕은 돋보이지만, 그 결과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운 결론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비평은 방법론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시험이 아니라, 작품을 통한 어떤 미학적 논리의 구축에 더 가깝다.

그러므로 원고지 일백 장도 안되는 짤막한 글에서 논리적 일관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수준 미달에 해당한다.

당선작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여러 차례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던 작품은 '순정한 허구, 혹은 소설의 죽음과 부활' , '엽기의 복화술' , ' '변경' 으로 이문열 읽기' 등으로 그 범위가 좁아졌다. 당선작이 된 고인환씨의 글은 무난하다는 평을 받았다.

성석제씨의 소설에 대한 분석 자체가 흥미롭다. 일종의 글쓰기 전략 자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소설이라는 개방적인 양식의 가능성을 미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의도도 수준에 올라 있다. 다만 글의 전체적인 어조가 해설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날카로운 비판적 식견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 새로운 평론가에게 강조하고 싶은 과제이다.

'엽기의 복화술' 은 백민석씨의 소설 분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글의 구성이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지 않았다면, 그 흥미와 관심이 충분히 당선작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 '변경' 으로 이문열 읽기' 의 경우에도 진지한 소설 독법이 주목되었지만, 자기가 내세운 개념들을 논리화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응모해준 문학도들에게 다음의 기회를 약속하고 싶다. 고인환씨에게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 홍기삼.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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