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산에 동결 딱지 붙이니 울컥 가슴 뛰어 심장약 먹은 사람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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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27일 금강산의 남측 부동산에 대한 몰수·동결 조치를 강행했다. 이날 현장에 입회하고 돌아온 최요식(59) 채널라인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상은 했지만 막상 재산에 동결 딱지가 붙으니 마음이 떨리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인 중에는 가슴이 뛰어 심장약을 먹은 사람도 있고 속이 상해 낮술을 마신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금강산에 10억여원을 투자해 호텔 청소·세탁 대행업체를 운영해 왔다. 투자업체들의 모임인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북한의 동결 조치에 입회하기 위해 이날 방북한 금강산 투자업체 관계자 40여 명 중 다른 일정 때문에 혼자 먼저 돌아왔다. 그는 “북측 관계자들이 동결 스티커를 붙이는 건물 앞에는 북한군 병사 3명이 총을 멘 채 보초를 섰다”며 “장교로 보이는 군인 3명도 입회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달 북한 당국에 의해 부동산 조사를 받을 때보다 더 가라앉은 분위기였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기업인도 더 늘었다”는 말도 했다.

최근 정국에 대한 북측 인사들의 발언도 전했다. 그는 “현장의 북측 관계자가 ‘북측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까지 비방하는 정권에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으며 이번 조치도 그래서 나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광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이 이날 오전 11시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부동산 몰수·동결 방침을 담은 23일자 담화문을 낭독한 뒤 집행 절차에 들어갔다. 북한은 이날 정부·한국관광공사 소유 부동산 5곳의 출입문에 붙어 있던 스티커를 ‘동결’에서 ‘몰수’로 바꿨다. 온정각 동·서관과 금강산호텔·온천장에 입주한 25개 민간 영업장에는 새로 동결 스티커를 붙였다. 이와 함께 28일까지 현대아산을 제외한 금강산 투자업체의 부동산에 대한 동결을 집행하고, 29일에는 현대아산 소유 부동산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30일에는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동결 및 몰수 조치는 용납할 수 없고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선하·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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