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학 수시모집 개선책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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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육을 말하는 사람치고 인성교육.전인교육 등을 외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말로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고 하면서도 자기 자식이 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그런 만큼 인문계 고교가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애쓰는 건 당연하다. 학생들도 모든 교육적 희망을 대학에 걸 수밖에 없다.

실업계 고교의 진학 희망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학진학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을 대학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야 한다.

문제는 수시모집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교사와 학생들을 지치게 하는 것은 물론 수업까지 망치고 있다.

한번 지원해서 합격하면 그만이지만 계속 떨어지면 열 다섯번 이상 원서를 써야 한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피곤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한 번 응시하는 데 1차 시험에 3만여원, 2차시험까지 가면 6만~8만원이 들어간다. 금전적 부담이 만만찮다. 자기 소개서와 추천서를 작성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이를 대행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더욱이 원서 사러 나가는 학생, 원서나 자기 소개서를 쓴다고 왔다갔다 하는 학생, 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교실을 떠나는 학생, 이미 합격해 수업에 전혀 관심없는 학생 등이 뒤섞여 교실의 수업분위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대학에 묻고 싶다. 대학에서 정한 대로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고등학교 현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고등학교 교육 현장을 감안한 정책을 펴왔는가? 대학도 고교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 도대체 왜 대학은 일방통행을 하는가.

양승본 <수원 영덕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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