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왜 부분 개장 강행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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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2일 국내 증권시장은 미국 테러사태로 오후에야 문을 열었다. 부분개장은 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장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정부는 주가 폭락사태를 막기 위해 부분개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12% 떨어져 아시아 증시 중 가장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자 관계당국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날 아침부터 투자자들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증권거래소 등의 홈페이지에 부분개정 결정에 항의하는 글을 많이 올렸다.

투자자 A씨는 증권거래소 홈페이지에 "주가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데 개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며 휴장을 요구했다.

재경부 홈페이지에도 "이럴 때 장을 여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는 불만 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이날 정부와 증권거래소가 고심 끝에 오후장만이라도 열기로 한 것은 종일 휴장에 따른 손실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휴장으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제때 인출하지 못할 경우 재산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게다가 13일이 선물.옵션 만기일이어서 거래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도 있다.

여기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주식 시가총액 비율이 약 35%에 달하는 등 국내 시장이 외국에 개방된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처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일본이 주가 1만엔선 붕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날 평소보다 30분 늦은 오전 9시30분에 증시를 여는 등 홍콩.싱가포르.상하이B.인도네시아.호주 등 대분분의 주식시장이 개장한 점도 국내 시장의 휴장을 힘들게 한 요인이었다.

즉 국내 증시만 휴장할 경우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의 신뢰도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참여자 사이의 신뢰 확보를 위해 부분개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이 주가 하락 예상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개장한 것은 미국에 이어 일본 증시까지 문을 닫으면 세계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어차피 맞을 매(주가하락)라면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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