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총선 대이변… 노동당 70년만에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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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유럽형 사회복지 시스템을 대표하는 노르웨이의 집권 노동당이 10일 실시된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줄곧 정권을 유지해 온 노동당의 단독정권 구성이 불가능해졌다.

◇ 70여년 만의 대패=11일 개표가 99% 이상 끝난 가운데 노동당은 득표율 24.4%로 1백65석의 의석 가운데 43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현재 65석에서 22석이 줄어들게 됐다. 노르웨이 언론들은 "노동당이 70여년 만에 기록적인 참패를 맛봤다" 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해 유가 인상에 따른 경제 호황 속에서 집권당이 패배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우파인 보수당이 일대 약진해 지난 총선보다 15석 늘어난 38석을 얻었다.

이밖에 극우파 진보당이 26석, 좌파 사회당이 23석, 중도 우파 기독교민주당이 22석을 얻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당도 단독 집권이 불가능한 구도가 됐다. 노동당과 보수당은 각각 연립 정부를 구성, 정권을 잡기 위해 기민당과의 교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보수당 주도의 우파.중도 연립정권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복지보다는 성장을=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 무거운 세금부담을 기반으로 고도의 복지사회를 추구해 온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집권당인 노동당은 유권자들에게 "복지와 경제성장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 고 주장했지만 보수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은 "노동당의 복지정책으로 국민이 과중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 며 감세와 효율적인 경제.복지 정책을 주장,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우파 진영은 "통계상으론 노르웨이가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이지만 실제 국민의 생활 수준은 서유럽 평균에 못미친다" 며 "방만한 재정운영이 계속되면 노르웨이가 자칫 북유럽의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 고 국민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결국 유권자들은 복지와 경제성장 가운데 성장 우선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웨덴.덴마크 등 복지 모델을 추구하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좌파 정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가 노르웨이에서도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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