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고개 떨군 박찬호, 고개 세운 김병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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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할 만했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 많아져 힘들었지만, 그런 것들은 감수해야 한다. 경험도 됐지만 지금은 경험이 중요한 때가 아니다. 팀이 이겨야 하는 때다. 나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경기를 망쳐 아쉽다. "

솔로 홈런으로 시작해 만루 홈런으로 끝난 한판, 박찬호(28.LA 다저스.사진.위쪽)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비 때문에 경기가 2시간여 동안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된 것도 그렇고 1루수 에릭 캐로스의 나태한 수비와 1루심의 모호한 판정으로 경기 흐름이 일순간에 뒤바뀐 것도 그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중요한 고비에서 한번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었다.

박찬호가 10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과3분의2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해 8안타 7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1회말 선두 타자 페르난도 비냐에게 초구 솔로 홈런을 내준 박찬호는 4회말 2사후 짐 에드먼즈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성적이 13승10패가 됐고 방어율은 2.99에서 3.23으로 치솟았다.

경기는 1회말 종료 뒤 갑자기 내린 폭우로 2시간4분 동안 중단됐다가 속개돼 리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지만 박찬호는 1 - 2로 뒤지던 4회말 2사 후에 3연속 안타, 몸맞는 공, 만루 홈런으로 5점을 내주며 한순간에 무너져 더욱 아쉬웠다. 팀이 반격할 여지를 남겨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1 - 8로 져 지구 1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는 3게임,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는 1.5게임차로 벌어졌다. 박찬호는 오는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한편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22.사진.아래쪽)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5 - 2로 앞선 8회초 등판, 1과3분의1이닝을 무안타.무실점으로 막아 8 - 2 승리를 지키며 시즌 16세이브째를 올렸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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