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버스 성공비결] 친절·안전운행 1년만에 '흑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7일 오후 5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앞. 마을버스 한대가 멈춰서자 사람들이 줄지어 차에 오른다. 깨끗한 버스 안에서는 오렌지색 야구복 차림의 운전기사가 "어서 오세요" 라고 인사하며 승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승객들이 모두 승차하자 운전기사는 안내방송을 한 뒤 서서히 출발한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다 주인을 바꾼 지 1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선 ㈜오렌지버스(사장 鄭明求.28.노원구청~수락산유원지)의 성공 비결은 바로 '친절' 과 '안전운행' .

鄭사장이 지난해 4월 장인이 1993년부터 운영하던 마을버스 회사를 인수할 때만 해도 누적 적자가 4억원이 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10년 이상된 차량들은 낡고 지저분했으며 기사들도 불친철해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鄭사장은 '대수술' 을 단행했다. 우선 낡은 버스 여섯대를 모두 폐차하고 2억5천만원의 빚을 내 새차 일곱대를 구입했다.

또 업체 이름을 '오렌지버스' 로 바꾸고 후줄근한 셔츠였던 운전기사의 유니폼도 친근감을 주는 오렌지색 줄무늬 야구복으로 바꿨다. 鄭사장 자신도 버스에 동승해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 이어 운전기사들에게도 '승객은 왕' 이라는 의식을 심어주었다. ▶인사하기▶차내 금연▶난폭운전 금지 등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세번 이상 어기면 가차없이 해고했다.

변신에 반발하던 운전기사들도 鄭사장이 네평반짜리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혼자 모든 버스를 세차하는 모습을 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운전기사 김성규(金聲奎.36)씨는 "사장이 모범을 보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주민들도 좋아했다. 주민 함은영(咸銀英.69.여)씨는 "버스가 깨끗해지고 기사들도 친절해 자주 이용한다" 고 말했다. 운전기사의 근무복에 반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은 오렌지버스 팬클럽까지 만들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2천5백명에 불과하던 승객이 지금은 7천여명으로 늘었다. 한달 매출액도 5천만~6천만원으로 배 이상 불어나 이달부터는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鄭사장은 "앞으로도 승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을 펼쳐 최고의 마을버스를 만들겠다" 고 다짐했다.

김선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