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발' 마을버스 안전·서비스 걸음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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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민의 발' 마을버스가 불안하다.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틈새' 교통수단인 마을버스가 운행 20년째를 맞아 전국 교통분담률 10%, 하루 이용객 4백만명을 넘어섰지만 안전운행과 서비스가 여전히 낙제수준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노선별 차량 투입대수가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은 목이 빠져라 수십분씩 버스를 기다리기 일쑤다. 근무조건이 열악한 운전기사들의 과로.난폭 운전과 정비불량 등으로 인한 사고도 잦다. 서울의 경우 마을버스 사고건수가 업체당 연간 30건으로 시내버스(7.6건)의 4배에 이를 정도다.

1982년 서울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마을버스는 현재 전국적으로 1천1백48개 노선(5백7개 업체)에 3천2백67대가 운행 중이다. 이중 81%(2천6백51대)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지역에 몰려있으며, 지방에선 부산시가 87개 업체 4백40대를 운행하고 있을 뿐 나머지 지역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6월말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금지조치에 따라 전국적으로 마을버스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마을버스의 가장 큰 문제는 노선 횡포. 업체들은 역주변이나 대단위 아파트단지 등 '황금노선' 에는 버스를 수시로 투입하지만 산동네나 주민수가 적은 곳은 아예 운행을 꺼린다. 특히 학교를 끼고 있는 노선의 경우 등하교 시간대엔 학생만 태우는 '스쿨버스' 로 둔갑하기도 한다.

또 대부분의 업체들이 돈벌이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달동네 등에는 아예 노선조차 없다. 서울 중구 필동의 고지대 주민 金모(66)씨는 "몇년 전부터 구청에 민원을 냈지만 마을버스가 개설되지 않아 지하철역까지 30분 이상을 걸어다닌다" 고 불만이다.

차량 수 부족도 문제다. 4천3백여가구, 1만3천여명이 사는 부산시 사상구 엄궁동 엄궁택지개발지구의 경우 마을버스가 다섯대뿐이어서 주민들은 보통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안전운행은 말할 것도 없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는 마을버스는 매일 첫 출발 때 의무적으로 차량을 정비토록 돼있지만 제대로 지키는 업체는 거의 없다. 7일 오전 5시30분쯤 인천시 계양구 H아파트 인근에선 차고지가 없어 도로변에 임시주차했던 마을버스 두대가 정비도 받지 않은 채 운행을 시작했다.

이 동네 S마을버스 운전기사 朴모(38)씨는 "정상적으로 정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 며 "운전기사가 모자라 새벽 5시부터 하루 15시간 이상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니 항상 피로에 시달린다" 고 말했다.

양영유.박지영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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