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재테크 10계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사례 1=鄭모(59)씨는 지난 6월 만기가 된 정기예금 1억4천만원을 금리가 연 1%밖에 안되는 보통예금에 넣어놓았다. 언제든지 이 돈을 빼내 다른 곳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鄭씨는 그동안 저축한 돈과 퇴직금 2억8천만원을 합해 4억원 정도의 현금을 갖고 있어 당시만 해도 노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 연 8%의 은행 이자로 세금을 빼고도 연 3천만원을 받고, 국민연금과 개인 연금보험을 합하면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5.4~5.5%수준으로 떨어져 鄭씨의 라이프 플랜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자가 연 2천만원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鄭씨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세 자녀의 결혼 비용 때문에 종잣돈까지 허물 경우 이자로 최저 생계비나 충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사례 2=직장생활 3년차로 연봉이 3천만원인 金모(28)씨는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면 한숨이 앞선다. 金씨의 계획은 매달 1백만원씩 저축해 우선 1억원을 모으겠다는 것. 지난해까지만 해도 3년6개월 정도 모으면 1억원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요새 금리가 떨어져 1억원을 만드는 데 6년6개월이나 걸릴 상황이다.

金씨는 저금리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아예 위험부담이 크더라도 주식 등에 과감하게 투자할 생각이다.

鄭씨처럼 은행 이자로 생활하려는 사람이나, 金씨처럼 저축을 통해 돈을 모으려던 사람이나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단 1%포인트라도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는 재테크 수단들이 많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원칙을 세우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재테크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 초저금리 시대 재테크 전략 10계명으로 엮어봤다.

1.빚부터 갚아라

대출금리가 내려갔다고 하지만 기존 대출금리는 여전히 10%에 가까운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빚은 그대로 둔 채 여윳돈을 어떻게 투자할 지를 놓고 고민한다. 그러나 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대출금은 무조건 먼저 갚자.

2. 안전성과 환금성을 생각하라

주식은 투자위험이 높고 부동산은 오랫동안 자금이 묶여 환금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여유자금의 상당 부분은 안전성과 환금성이 보장되는 금융기관의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3. 제도와 법규를 먼저 파악하라

아직 직장이나 지역 신용협동조합은 연 7%정도의 고금리를 주고 있다. 게다가 일인당 2천만원까지는 비과세다. 금고나 일부 지방은행도 7%대의 금리를 주는 곳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은 막연히 불안하다는 이유로 이들 금융기관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예금부분보장제도에 의해 5천만원까지는 원리금이 보장된다.

4.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라

요즘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각종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 대출금리도 깎아준다. 은행 입장에선 창구거래보다 거래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5. 어려울수록 최소한의 보험엔 가입하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필요한 보험은 들어놓는 게 좋다.

6. 주거래은행을 만들자

요즘 은행들은 돈이 되는 단골 손님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돈 안되는 고객에겐 수수료를 비싸게 물리는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따라서 주거래은행을 1~2곳으로 정하고 예금과 대출은 물론 급여 이체.공과금 이체.신용카드 거래.환전 등의 금융거래를 집중시켜야 한다.

7. 자신의 투자성향과 운용기간을 고려하라

속옷을 고를 때도 내 몸의 치수를 알아야 한다. 자신의 현재 자금상황과 목표 수익률 없이 투자대상을 고르면 낭패를 보기 쉽다. 자금의 운용기간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몇달 뒤에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 하는데 여유자금을 전부 만기 1년짜리로 넣어놓았다가 단기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내는 어리석은 경우도 종종 있다.

8. 절세.비과세상품에 우선 가입하라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근로자우대저축이나 세금우대적금.신협예탁금 같은 비과세상품을 무조건 가입해 놓는게 좋다. 또 본인의 세금우대 한도(4천만원)가 넘으면 가족 명의로 세금우대상품에 분산 예치해 최대한 절세혜택을 받아내야 한다.

9. 종잣돈을 키운 다음에 투자하라

여유자금이 1천만~2천만원 정도 생기면 모두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 아니면 모' 를 추구하는 투자 유형이다. 그러나 눈사람을 만들 때 어느 정도 크기의 눈을 만들어 굴려야 눈이 많이 붙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최소한의 종잣돈을 모아 놓아야 나중에 기회가 오더라도 투자수익을 많이 거둘 수 있는 것이다.

10.돈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저금리 시대엔 돈이 더 빨리 움직인다. 돈이 어디로 갈 지를 예측할 수 있으면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예컨대 최근 재건축아파트나 분양권 전매를 통해 돈을 번 투자자 중 상당수는 저금리로 인해 돈이 부동산으로 몰린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예측한 사람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