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현의 원포인트 레슨] 인물과 신뢰 쌓고 배경은 단순하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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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호 03면

인물 사진은 어떻게 해야 잘 찍을 수 있을까. 조세현(사진) 작가는 우선 “인물과 친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물과 신뢰를 쌓아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물 사진에서는 인물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경을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는 “보통 야외에서 인물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데 그럴 경우 배경이 단순한 곳을 찾는 게 좋다”고 말한다. 카메라에 있는 ‘배경 흐리기’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사진과 회화의 차이를 설명했다. “사진은 다 갖춰진 상태를 찍는 것이죠. 반면 그림은 빈 화폭을 채워나가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사진은 빼야 하고 그림은 더하는 것이죠. 전문용어로 각각 감영법, 가영법이라 합니다. 왜 빼야 하느냐. 우리가 사람을 볼 때 배경은 의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에는 배경까지 나오죠.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을 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뺀다는 게, 어렵습니다. 회화는 안 그리면 되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앵글을 바꾸거나, 배경을 어둡게 하거나 아니면 잘라내는 방법이 있다”라며 “피사체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배경을 빼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얼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눈만 남겠죠. 사람은 눈으로 얘기합니다. 사람 얘기는 눈의 얘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멋있다는 것은 그의 눈빛이 멋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포커싱을 눈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초점이 눈에 맞으면 다른 데가 안 맞아도 잘 맞은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찍은 법정 스님 사진의 경우에도 다른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눈빛이 최고라는 사실만 기억날 뿐.”

그래서 모델의 시선은 가급적 카메라를 향하도록 하는 게 좋다. “어빙 펜의 사진에서 모델들은 90%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과 시선을 마주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소통하려는 의사를 담고 있지요. 시선이 마주치면 그만큼 호소력이 있거든요.”

그는 사진의 앵글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럼 그 기준은 뭘까. 그것은 눈높이다. “존경스럽게 보이게 하려면 약간 밑에서 올려 찍습니다. 부모님 사진은 이렇게 찍으면 좋아요. 이런 스타일은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지만 자칫 건방져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대상을 잘 고려해야죠. 반대로 약간 위에서 밑으로 찍으면 호소력이 있습니다. 정치인들 사진은 이렇게 많이 찍죠.”

그는 인물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가족과 친구 등을 상대로 많이 찍어볼 것을 권한다. 애정과 신뢰가 있는 모델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당장 지금. 런던 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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