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특별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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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왼쪽)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20일 서울 성곡미술관 내 정원을 거닐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표적인 ‘개혁 CEO’인 두 경영자는 서로에게 길을 물으며, 각자의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 평소 편하게 지내는 사이로, 이날도 편한 분위기에서 얘기하자며 캐주얼한 차림으로 만났다. [오종택 기자]

개혁과 추진력 하면 알아주는 두 최고경영자(CEO), 이석채(65) KT 회장과 정태영(50)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 만났다. 오랜 교분을 나눈 사이는 아니다. 서로 알고 지낸 지 반년도 안 됐다. 하지만 경영이면 경영, 문화면 문화, 둘은 화끈하게 통했다.

두 CEO는 바쁜 시간을 쪼개 20일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이야기의 큰 주제는 혁신이었다. 공룡 KT를 뛰게 만든 이 회장이나 적자 수렁에서 현대카드를 일으킨 정 사장, 둘 다 할 말이 넘치는 주제였다.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이 ‘당신이 가장 중시하는 게 뭐냐’고 했을 때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이라고 답했어요.”

이 회장의 말이다. 지난해 취임 후 그가 강조하는 ‘올 뉴 KT’의 문화는 고객 중심이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서열과 관계없이 즉각 협조하는 자세다. 중소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이다.

7년 전부터 조직문화를 바꿔온 정 사장도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기업의 전략을 짜다 보면 궁극적인 승부처는 문화예요. 한가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문화를 바꾸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았죠.”

조직의 문화를 바꾼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두 CEO는 일단 임원들부터 흔들었다. 이 회장은 “임원들이 자기 영역에 대해서만 얘기하는데, 그걸 깨고 있다”고 말했다. 맡은 일과 상관없이 회사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내도록 바꾼 것이다. “자기 영역이 따로 없는 것, 그게 바로 주인의식”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쉽게 풀어 쓴 셈이다.

정 사장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은 중역이 잘해야 한다. 중역들이 알아서 주도권을 갖고 하면 그게 바로 일류기업”이라고 말한다. 임원 성과급을 줄 때도 숫자로 나오는 성과는 60%를 차지할 뿐, 나머지 40%는 ‘전략적 주도권을 갖고 뭘 노력했느냐’로 평가한다.

CEO가 강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직원들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노사관계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회장은 “노조는 어떻게 보면 투자자보다 더 중요하다”며 “그분들을 믿고, 마음 열고, 정중하게 상의하면 신뢰관계가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직원들에겐 ‘여러분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주주는 돈을 투자했고 고객은 상품을 사주지만, 직원은 인생을 투자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요즘엔 두 달에 한 번씩 ‘직원들께 드리는 보고서’를 전 직원에게 보낸다.

두 CEO는 서로를 멘토로 바라본다. 지난해 12월엔 이 회장이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를, 지난달엔 정 사장이 KT 서초 사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이 스스럼 없이 “베꼈다”고 할 정도로 올 2월 세운 KT 신사옥 ‘올레 캠퍼스’는 현대카드 본사 내부 디자인을 본떴다. 정 사장은 “체면 따지지 않고 다 자기 것으로 흡수해버리는 KT는 무서운 회사”라고 평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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