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충돌] 여여갈등 득실 따져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DJP의 충돌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표정이 변하고 있다. 당초에는 여여(與與)갈등을 즐기며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모습이었으나 이젠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민련 김종필(JP)명예총재가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며 정국을 주도해 나가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정세를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 당 기획위원회 멤버인 한 의원은 "자민련이 'JP대망론' 을 처음 꺼냈을 때 우리 당은 코웃음쳤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며 "JP가 뜨고 있으므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4일 林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JP가 결국 김대중(DJ)대통령의 뜻을 따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해임안을 놓고 자신들과 민주당이 맞대결을 벌이고, JP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하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JP가 승부수를 띄우면서 정국의 핵(核)으로 등장하자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JP의 선택은 보수(保守)세력을 확실히 대변하는 것으로, 자신의 대망론이 허상이 아님을 알리는 효과를 낳았다" 고 분석했다. 그는 "JP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고 내다봤다.

"이는 곧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는 마이너스" 라는 게 이 당직자의 분석이다. "李총재가 공들여온 충청지역의 민심 흐름이 달라질 수 있고, 당 지지기반인 보수층 일부도 JP쪽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비주류인 이부영(李富榮)부총재가 "재주는 한나라당이 넘고 과실은 자민련이 다 따간다" 고 꼬집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은 때문에 조속히 林장관 해임안을 표결처리한 뒤 이슈를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林장관 문제가 일단락되면 'JP대망론' 을 공격할 계획이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