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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맞아 지자체 빚상환 러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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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만성 부채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등에서 빌린 빚을 앞당겨 갚기 위해 다투어 금리가 낮은 은행 돈을 끌어쓰고 있다.

은행 예치.대출금리가 현재 연 5%대까지 떨어진 반면 앞으로 갚아야 할 빚의 이자는 연 6~7.5%가 적용돼 계속 부채를 떠안을 경우 이율 차이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에서 더 활발하다.

반면 금리하락으로 그동안 주로 은행이자로 운영해 온 지자체들의 장학.복지사업이 축소되는 등 저금리시대 지자체 기금운영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 빚 조기 상환 러시=올 6월 말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총 부채는 18조4천7백54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21%나 차지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한푼이라도 이자 상환 부담이 적은 쪽으로 기금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전북 익산시는 지난 12일 은행에 맡겨 놓았던 택지개발 이익금 1백억원을 찾아 1998년 전북도에서 빌린 지역개발기금 1백억원을 갚았다. 연리 7.5%의 이 차입금은 3년거치 2년 상환으로 2003년까지 갚도록 돼 있었다.

조한룡 익산시장은 "예전에는 저금리의 공공 차입금을 은행에 예치하면 이자 수익이 생겼으나 지금은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 며 "빚의 조기 상환으로 2.5%포인트의 역마진을 챙기게 됐다" 고 말했다.

전북도 14개 시.군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빚이 8천8백6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백83억원 줄었다. 이는 은행 대출금리가 뚝 떨어진 지난달 초부터 지자체들이 집중적으로 은행에 넣어둔 돈이나 대출을 받아 갚은 데 따른 것이다.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부채가 가장 적은(4천8백28억원) 울산시도 최근 5년거치 20년 상환의 연리 10.5%짜리 공업지역 하수처리장 건설용 아시아개발은행(ADB)차관자금 50억원을 지방양여금으로 갚았다.

◇ 이자로 운영하는 사업은 차질=반면에 ▶장학기금▶노인.여성복지기금▶문예진흥기금 등 각종 기금을 은행이자로 운영하는 사업은 오히려 된서리를 맞고 있다. 9억6천만원의 모자복지기금을 은행에 예치해 둔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에는 연간 8천6백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렸으나 올해는 5천9백만원으로 줄어 불우이웃지원을 축소키로 했다.

경기도는 올 중.고생 장학금 수혜자를 7백명으로 지난해보다 40명 줄였으며, 수원시도 20명 줄인 1백80명에게만 지급할 방침이다.

34억원의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운영하는 대구시도 올 이자 수입이 2천만원 이상 감소해 예술단체 지원액을 줄여야 할 형편이다.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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