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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돌던 北잠수정 특수부대 軍내부문건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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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이 단독으로 입수한 군 정보당국의 ‘북한 해군, 항공모함 타격용 소형 잠수정 운용’ 문건.

월간중앙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의한 타격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군이 항공모함 타격용 소형 잠수정을 극비리에 운용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옛 소련에서 도입… 10명 탑승해 1개월씩 근무 폭탄 대량 장착 # “서해 NLL 지역에서도 가동하고 있을 것” #기획특집 1. 단독입수 ‘전투함 바닥뚫기’ 北특명팀의 정체

군 정보당국의 내부 비공개 문건에 따르면 북한 해군은 구(舊) 소련으로부터 잠수정을 도입해 항공모함 공격을 위한 용도로 비밀리에 가동 중이다.

이 잠수정은 탑승인원이 5명 정도로 북한은 이를 10명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해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잠수정의 정확한 톤수나 보유대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건은 “유사시에 대비해 종류 불상의 폭탄을 대량 장착한 폭탄화된 잠수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항모 타격 방법과 관련해 “항모 선체 바닥에 충돌해 자폭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군 정보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침몰 당시의 상황과 북한의 항모 타격 잠수정 전법이 유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항모 타격용 잠수정의 구체적인 작전 운용 방식도 기술돼 있다. 문건은 “명불(名不·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 기지에서 발진해 동해 공해상·해저·바위 등이 있는 주변에 배치해 약 1개월 근무 후 교대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교대시에는 상호 비밀 유지를 위해 상·하번 교대 근무 없이 정해진 날짜에 복귀한다”며 “복귀 후에는 함경남도 마전 등지에서 약 1개월간 휴양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 관계자는 “북한 잠수함·정의 작전은 기본적으로 동해상에서 운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파악되고 보고서도 이를 토대로 작성됐다고 본다”며 “하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도 북한군이 이 항모 타격 잠수정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군 정보당국의 판단”이라고 귀띔했다.

이 문건에는 우리 정보당국이 과거부터 북한의 이런 공격전술에 대한 다양한 첩보를 파악해왔음을 보여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이 이미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을 계기로 “유사시 자살용 잠수정을 활용해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전술을 개발한다는 첩보가 입수된 바 있다”는 것이다.

1990년 해군본부와 안기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첩보와 1993년 한미연합사령부 첩보 보고에서 이미 이런 내용이 다뤄졌음을 내부 문건은 밝히고 있다. 다각적인 첩보 수집과 분석이 있어 왔다는 얘기다.

수시로 드나든 북한 잠수함·정 적발 거의 없어…

정부 당국자는 “여러 첩보 가운데 확인 과정을 거쳐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이 정식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져 상부에 보고된다”며 “이 문건은 북한의 항모 타격 잠수정 운용이 단순한 첩보나 설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문건은 “북한이 유사시 항공모함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관련 첩보가 소형 잠수정의 정장으로 근무했던 관계자의 측근으로부터 입수됐다는 경위도 이 문건에 담겨 있다. 최근까지 군 정보기관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이 문건과 관련해 “문서 양식이나 글자체로 볼 때 우리 기관에서 작성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뚫고 타격을 입힌다는 게 쉽지 않지만 이런 특수잠수정을 활용할 경우 전투함에 대한 은밀한 공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또 “이미 오래전부터 함정 타격용 소형 잠수정을 운용해왔다는 점에서 현재는 상당한 수준의 작전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내부 문건은 북한 내부에서 잠수함·정 운용 중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적시하고 있다. 1995년 9월 정찰국장 김대식 상장이 1편대 2호함 전 승조원 앞에서 “연락소 잠수함 1척이 남조선으로 침투 후 복귀 도중 수중에서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정찰국 잠수함은 성공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1996년 강릉 잠수함 사건 당시 생포된 공작원 이광수의 진술 등을 토대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9월 정찰국 22전대 1편대 1호함 침투 때는 사고도 있었다. 이 문건은 “1993년 10월 주문진 해상에서 간첩의 사체를 인양해 조사했던 사건을 확인해본 결과 그 해 9월 침투사건과 같은 사안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군 당국은 당시 조장은 사망했고 부조장은 복귀해 영웅 칭호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후화한 잠수함·정을 무리하게 운용하면서 사고로 바다에 수장되거나 실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건은 북한 잠수함·정의 배치와 운용에 대한 소상한 정보도 밝혔다.

서해안의 경우 평북 신의주 인근 용암포조선소에 유고급 잠수정 2척이 배치돼 있고 서해함대사령부가 있는 남포조선소에는 상어급 잠수함 2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비파곶에는 로미오급 잠수함 4척과 상어급 잠수함 4척이 자리하고 있다. 동해의 경우 최북단 나진조선소에 상어급 1척이 머물고 있는 것 외에 청진조선소와 차호기지·마양도·퇴조(현 락원)·원산 등에 모두 33척의 잠수함이 배치돼 있다.

이들 문건은 북한군의 잠수함·정 침투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게 한다.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정이 우리 해안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적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정찰국 22전대 소속 1편대 1호함(350t급)의 경우 매년 한두 차례 드나들었지만 우리 군 당국에 한 번도 포착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이들 잠수함·정은 대부분 음력으로 볼 때 보름달이 없는 취약기를 틈타 기동했다. 또 침투 시기는 수온이 높은 8~10월에 집중돼 있는 특징을 보인다. 또 북한 기지에서 출항시각은 침투대상 남한 해안에 도착하는 시각을 고려해 결정된다.

주로 일몰시각에 남측 육상에 도달하는 방식이며 노출 방지를 위해 야간이동이 기본원칙이다. 정보 관계자는 “잠수함의 경우 극도의 보안 속에 은밀하게 기동하기 때문에 이를 파악해 잡아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글 이영종 중앙일보 정치부문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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