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산 벌목 막아낸 박용신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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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나무 위에 텐트를 치고 새우잠을 자다 새벽녘 문득 잠을 깨면 개발에 찢긴 대지산의 신음과, 살고 싶다는 나무들의 아우성이 들려왔습니다. "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朴勇信.34.사진)정책부장은 한국토지공사가 경기도 용인 죽전지구의 대지산 벌목에 나서자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5일까지 17일 동안 나무 시위를 계속, 결국 토지공사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곳이 택지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마을 주민과 시민연대 2백여명은 지난해부터 대지산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올들어 대지산이 야금야금 벌목되기 시작, 4월에는 20%나 벌목되자 朴부장은 나무 위 시위를 자청했다.

朴부장은 캘리포니아 삼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무 위에서 2년 동안이나 생활한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처럼 35년 된 신갈나무에 올랐다.

하지만 막상 나무 위 생활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는 "텐트 속에서는 항상 무릎을 구부려야 했고 밤에는 추위가 심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나무 아래 캠프에서 함께 농성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고 말했다.

朴부장은 "대지산 살리기 회원 등 시위 현장을 찾아준 사람들은 수없이 많지만 하루도 안 빼놓고 찾아준 초등학교 3학년생 장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 말한다.

농성 12일째인 5월 10일 건설교통부가 대지산 보존 방침을 밝혔으나 朴부장은 사업주체인 토지공사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닷새나 더 나무 위에 머물렀다.

朴부장은 대학시절 경실련 대학생 환경감시단으로 활동했으며 1995년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운동을 시작, 99년 당시 창립된 환경정의시민연대로 옮겼다. 96년 시화호 방류 때에는 선상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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