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의혹 이번엔 '토지사용료'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을 놓고 벌어진 외압공방에 9일 정치권이 본격 가세, 물고 물리는 양상으로 발전했다.

민주당 설송웅 의원은 이날 외압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공항공사 이상호 전 개발사업단장을 겨냥한 폭로전을 폈다. 그동안 외압 의혹의 초점이 됐던 에어포트72의 경쟁사인 ㈜원익이 오히려 특혜를 받아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선정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공항 면세점을 여권인사들이 나눠가졌다는 주장으로 다시 맞불을 놓았다.

◇ "평가계획서 고의 변경" 주장= 설의원은 "사업계획서 접수 전날인 지난 6월 21일 업체들의 기본요건을 심사하기 위한 평가계획안의 주요 항목인 토지사용료가 토지사용기간으로 변경됐다" 며 "이같은 변경이 이상호 전 단장의 전결로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심사의 공정성에 의혹이 일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변경이 ㈜원익에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토지사용료를 낮게 제시(3백25억원)해 탈락할 위기에 처했던 원익이 구제됐다는 주장이다.

설의원의 주장은 지난 6일 강동석 사장이 제출한 관련서류를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李전단장측 부인=李전단장측은 "지난 3월 투자자 모집 공고 당시 사용료의 기준을 얼마로 해야할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설명서에 토지사용료 항목을 기재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고 주장했다.

항목 변경과 관련해서는 "사업설명서상의 평가요건에 들어있던 토지사용료 항목을 기본요건 심사항목에서 빠뜨린 것은 잘못이지만 실무적인 실수였다" 고 해명했다.

그는 문제의 항목을 변경한 시기에 대해 "지난 3월 공고 후 3개월에 걸쳐 평가계획서를 작성했으며 업체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접수하기 전날인 6월 21일 확정했다" 고 말했다.

특히 이 평가계획안을 강동석 사장이 최종 결재했기 때문에 姜사장도 토지사용료 항목 누락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한편 설의원의 ㈜원익 구제 주장에 대해 평가위원단 실무자는 "토지사용료의 규모나 세부적인 내용은 평가위원회에서 따질 문제" 라며 "단돈 10원이라도 사용료를 내겠다는 의사 자체를 밝힌 것만으로 기본 요건을 통과할 수 있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 토지사용료 얼마씩 제시했나=에어포트72가 가장 많은 1천7백38억원을 제시했고, 원익은 3백25억원으로 두번째였다. 두 업체와 함께 최종심사에 올라간 T건설의 제시액은 3억원이었다.

K.L.H사는 각각 2백55억.2백40억.93억원을 제시했으나 건설기간 초과, 대출확약서 미제출 등의 이유로 탈락했다.

김창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