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감의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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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둘러싸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유인종(劉仁鍾)교육감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립형 사립고 시범 운영 계획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劉교육감은 어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립형 사립고가 도입되면 특수목적고가 그랬듯이 입시 과외를 부추겨 중3병이 재발될 것이다. 이런 여건 때문에 서울에선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육부가 갑작스레 일정을 정한 것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며 교육부 공고가 나와도 접수를 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부랴부랴 서울시교육청 설득에 들어갔으며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자립형 사립고를 선정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당초 교육부는 다음달 10일까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희망 고교 신청을 받은 뒤 지역별로 6개교까지 추천토록 해 교원.학부모단체.사학법인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10월 20일까지 시범학교 30개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우리는 이번 일이 교육자치 시행 이후 처음 벌어진 기관간 대립이라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더 높이, 더 멀리 내다보면서 나라의 장래를 걸머질 2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두 기관이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물론 교육감도 교육 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교육위원들이나 관련 당사자 등의 의견 수렴이 선결돼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의 이번 반대가 혹시라도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해 가기 위한 방책이라면 더 더욱 안될 일이다. 교육부가 일선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불쑥 시행 일정을 발표한 것도 잘못이다.

교육의 다양성과 경쟁력 제고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그런 관점에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머리를 맞댄다면 이번 사태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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